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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그리다 Oct 18. 2024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 책 속의 한 줄

알랭드보통 - 여행의 기술

<지난 이야기>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교사라는 일에 자부심이 있어서 그 과를 선택했지만 막상 해보니 고된 노동에 비해 월급은 박봉이라 그만두게 된 것이죠이후 해외 주재원 유치원의 근무를 경험으로 유치원 교사일을 더 하긴 했지만 그때 주말에 추가로 일했던 한글학교 교사의 경험으로 결국 한국어 교육이란 다른 전공으로 편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부산에서 집 근처 유치원에 바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러웠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했죠. 그런데 급여가 너무 적었습니다. 당시엔 호봉제가 없던 시절이라 원장님이 측정한 돈이 곧 내 월급이 되는 거였고, 원생이 적었던 유치원인지라 단돈 50만 원을 받고 1년 동안 일을 합니다. 1년이 지나서 제가 통장에 모은 돈은 겨우 230만 원, 게다가 아이들을 예뻐하는 마음 하나로 했는데 이듬해 우연히 만난 원생아이가 저를 전혀 못 알아보는 것을 보고 허무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유치원교사라는 직업은 제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어느 권사님이 중국에 있는 유치원에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즈음 저는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알랭드보통은 '우리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낯선 땅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작은 것에서도 큰 위안과 더 큰 재미와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 구절이 제게 확 박혀서 정말 낯선 땅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고 싶단 욕망이 간절해졌습니다. 제가 가본 해외라고는 중국밖에 없었는데 하얼빈에 방학기간 중 한 달간 어학연수를 다녀왔었고 그때도 새로운 사람과 넓은 세상을 본 뒤 제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나를 깨달았기에 유치원교사 일은 싫었지만 중국에는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주재원 유치원 일을 제안받자마자 낯설면서도 조금은 익숙한 중국에 다시 가고 싶단 욕망과 경험이 있는 유치원 교사 일을 하는 것이 그래도 안정적이지 않겠냐는 합리화로 중국으로 향하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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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의 생활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알랭드보통의 말대로 제가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저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중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새로 만나는 주변인들과도 열심히 인연을 만들어 갔습니다. 이전 직장인 유치원에서 만났던 우리 동네 꼬마, 우리 동네 학부모님들하고만 지내던 그때는 갇힌 시야에서 제가 더 뻗어서 나갈 수 있는 생각과 용기란 필요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달랐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면 고교 졸업 후 바로 유치원 교사를 할 수 있는 중국인지라 18살의 어린 선생님을 가르쳐가며 함께 일해야 했습니다. 어리지만 야무졌고, 어리기에 당돌함도 있었던 구어라오스 덕에 다른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있었다면 "나이도 어린 게 당돌하다"라며 또래 선생님과 뒤에서 모여 험담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낯선 중국땅에서 내 동료란 중국인 뿐이기에 서로 적을 지며 살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함께 소통하고 가르칠 건 가르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나이차와 문화차이를 뛰어넘는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있던 칭다오는 한국기업이 꽤 많이 진출해 있던 도시였는데 그중 대기업 나이키코리아 직원으로 오게 된 나보다 3살 많지만 이미 대리란 직함을 달고 멋지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언니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언니는 외대를 나와 영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능력자였습니다. 대학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하고 일했기에 잘하는 것이라곤 오리기에 동요 부르기밖에 없던 제게 언니는 너무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유치원에서만 일했다면, 하물며 한국에서만 일했다면 만날 수 없었던 대기업 사원을 사귀게 되면서 더 큰 세상과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품은 꿈 그 첫 번째가 언어였고, 그 덕에 저도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좋은 영향력을 얻게 된 것이죠.

 한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그곳에선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드보통은 여행의 장소보다 그곳에서 내가 가진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몇 년 후 읽은 똑같은 책 속에서도 새로운 감동을 얻어낼 수 있듯이 익숙해진 그 장소에서도 내가 새로운 눈을 열고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알랭드보통의 말처럼 저는 다시 찾은 중국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서있는 그곳에서 잠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보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혹 그것이 힘들다면 지금 당장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도 좋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지금까지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세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꿈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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