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개 회사, 사장님이 된 청소부

청소부가 세상을 바꾸다

by 윤강용

열다섯 개 회사, 사장님이 된 청소부 / 윤강용


천정의 조명은 조용히 빛을 내리고

하얀 회의용 테이블 위 먼지는

비장한 손끝을 따라 물러나고

무심한 듯, 정갈함이 놓인다


말들이 오르기 전의 하얀 테이블

협상이 서로를 겨루기 전의 무대


나는 테이블 위에 고요를 깔고

닦고 또 닦으며

마지막 얼룩까지 지운다


누구도 보지 않는 시간

기록되지 않는 손길

하지만 이곳에서 모든 일은

침묵하는 손길에서 시작된다


결정의 순간마다

내 손길이 깔아놓은 고요한 평면 위에서

세상의 방향이 조금씩 바뀐다


이 닦음이,

세상을 다시 펼치는 일이라는 것을

청소부는 안다


이렇게 나는

열다섯 개 회사를

가슴에 품고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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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개 회사의 사장이다’


15개의 회사는 내가 현장에서 직접 청소를 진행하는 고객들의 사무실 수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사무실 정기 청소를 진행하다 보면 때로는 지치거나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럴 때 나는 현장에서 ‘나는 이 회사의 운영자이다’라는 주문을 마음속으로 외치기를 반복한다.



마법같이 주문을 반복하여 마음으로 외치면 이런 생각들이 든다. 어떤 회사 또는 매장에서 그 업체의 대표가 오픈 전에 청소를 한다고 해서 돈을 받는 경우는 없지만 나는 고맙게도 매달 청소의 대가를 받고 있다. 또한 오픈 전 청소만 진행할 뿐, 회사의 경영이나 매출 부진 등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나는 언제나 흑자 기업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이런 생각으로 청소 작업을 시작하면 그날은 더 깨끗하고 꼼꼼하게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청소 현장에서 만나는 직원들과 계약 업체 대표님들도 나를 보면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고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청소 업체 사장을 지칭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에 기분이 좋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소소한 대화와 남을 배려하는 작은 행동은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며 그로 인해 관계의 연속성은 더 증가하게 된다. 현재의 만남과 소통을 즐기고 감사함을 느끼는 작은 실천과 변화를 통해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같은 주문을 외치며 행복한 마음으로 또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



청소학개론/윤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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