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Going round in circles.
돌이켜보니 제자리걸음이었네.
이곳저곳 눌러둔 그 발자국들은.
머지 않아 저물고 말,
찰나의 꽃을 피워보려 몸짓하는
무용한 1인극이었네.
때론 망연히 맴도는 회전목마처럼,
때론 출입구 없는 회전문에 갇힌 푼수처럼,
잡을 수 없는 파문을
부여잡으려 발버둥치고 말았다네.
막이 내리고 불이 꺼지자,
비로소 깨달았네.
검은 중력에 저항없이 이끌린 빈 몸,
기어이 바닥까지 내려가고야 말았음을.
바닥에서 올려다 본 한 줄기 옛 빛.
비로소 그 빛을 되새기게 되었네.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