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자본주의]: 페이스북이 내 호주머니를 터는 방법

플랫폼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법

by Parkers
쇼샤나 주보프 교수 저 <Surveillance Capitalism>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여듦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광장이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 플랫폼이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은 지리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 인간이 모여들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플랫폼 속에서 인간들은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관계를 확장해나간다. 가히 디지털 광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기업들은 디지털 광장을 제공해 사람들이 그 속에서 크고 작은 관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생산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개개인이 광장에 남긴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발자국들은 기업의 수익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쇼샤나 주보프 교수가 쓴 <In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감시 자본주의>는 디지털, 모바일 사회에서 인간의 모여듦에 대한 욕구를 플랫폼화하여 성장한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어떻게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익화하는지 밝히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런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열람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거의 강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용자들이 디지털 광장에서 무엇을 하든지 크게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유해하다고 판단된 콘텐츠는 적절히 관리하겠지만, 그 외에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데이터 생산을 막지 않는다. 거창하게 말해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의 자유의지를 최대한도로 보장해주려 한다. 사용자 또한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소비한다고 믿으며 산다.


그러나 사람들의 데이터를 선택하고 열람하는 행위조차 실은 기업들의 정교한 선택설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게 주보프 교수의 주장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넛징'(nudging)이나 '행동수정'(behavioral modification) 같은 전략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저들의 클릭과 정보의 생산, 공유, 열람을 유도한다는 것. 플랫폼 기업은 유저들이 디지털 광장에 남긴 자취들을 분석해 추후 이어질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맞게 서비스를 개선해나간다. 여기에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용자들이 몰려들면서 플랫폼의 규모는 확장된다.


출처: ADWEEK

그러다보면 어느새 플랫폼에는 시장이 형성된다. 이 시장 속에서는 재화나 서비스가 글로벌 기업의 행동수정 메커니즘에 따라 생산된다. 그 모든 행동수정 메커니즘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수입 목표와 성장 목표를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컨대, 패션에 관심 많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주로 패션 아이템에 관한 게시물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를 인스타그램이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그것과 관련된 게시물만 노출하는 것이다. 각 게시물은 사용자의 상품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게끔 최적화돼 있다. 주보프 교수는 이를 기생적 경제논리(parasitic economic logic)라고 표현한다. 플랫폼의 배만 불리는 이 시장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자유경쟁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산 활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설계 속에서 수정되고 제어된다. 기업이 만든 알고리즘 속에서 나의 자유의지가 디자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의지가 인터넷 세상 속에서도 온전하게 보존된다고 믿는다. 주보프 교수는 이렇게 기업들이 개인의 자기주권을 침해하고 정보를 수익화하여 배를 불리는 현상을 우려한다. 나아가 기업들이 수집된 정보를 필요시 정부에게 이전함으로써, 개인의 자기주권이 상실되는 21세기형 전체주의가 도래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플랫폼 제국들을 죄악시하고 거기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면 우리의 주권과 자아는 온전히 보존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플랫폼 제국들은, 제국에 입국하는 조건으로 프라이빗 데이터를 요구한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내준 데 대한 징표로 사람들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발급해준다. 제국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식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현실 세계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가 정부에 생년월일, 거주지 등의 데이터를 제출하고, 사회에 등록된 인간의 증표로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것과 똑같다. 그렇다면 과연 플랫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간을 수익화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디지털 파놉티콘? 감시자본주의의 첨병? 아니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인간소외를 막아주는 새로운 유형의 인류 공동체? 각자의 관점과 철학에 따라 플랫폼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난 아직은 플랫폼의 희망적인 가능성을 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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