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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lobster Aug 20. 2023

동네 카페 ANGER IS BAD! DUMP IT!

Coffee is good! Drink It!

시원한 곳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을까 해서 최근에 문을 연 동네 카페에 갔는데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바닥에 생긴 누수 문제로 온 사람들이었다. 설비공사업체도 건물관리 관계자도 모두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고 있었다. 설비업체는 저신들의 공사 경험을, 건물관리관계자는 결과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작은 카페라 책에 눈을 두고도 다 들렸다.

문득 한 남자가 온종일 눈물을 흘리는데 의사들이 원인을 찾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상을 했다. 의사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임상적 차원의 질문을 이어갔지만 남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전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그런데 하루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서로가 한참을 언성을 높인 끝에 결국 바닥을 뜯어 누수점을 찾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과적 책임'을 강조한 편이 승리한 것이다. 분명 그렇게 보였지만 일은 다소 엉뚱하게 해결되었다. 설비업체에서 재 시공을 위해 누수점 주변 기물들을 움직여보는 과정에서 커피머신에서 삐쭉 나와 있는 한 줄의 배수선을 발견한 것이다. 카페 측의 당혹스러운 설명에 따르면 며칠 전 커피머신 청소를 위해 배수구로 직접 연결된 선을 잠시 빼두었는데 청소를 마친 후 다시 배수구에 연결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선에서 조금씩, 하지만 계속해서 물이 나와 바닥에 고였고 이를 모두가 건물 누수로 오해했다.

단순 해프닝이었고, 이는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었다. "아! 다행이다." 특히 바닥을 뜯지 않고도 원인을 찾아 해결한 설비업체 사람들이 더 즐거워 보였다. 젊은 카페 사장님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괘념치 않아 보였다.

북적였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이후에도 온종일 눈물을 흘리는 남자 생각이 남아 계속해서 북적였다. 남자의 누수 부분을 뜯어서 근본원인을 찾자고 나는 강하게 주장했다. 의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눈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땀입니다. 환자분에게 달리기 운동을 처방하겠습니다. 옴 몸으로 땀을 흠뻑 흘리세요. 생을 흠뻑 즐기세요." 남자의 문제는 보기에 따라 다소 급작스럽게 해결되었지만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행복한 결말이었다. 북적였던 생각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동네 카페는 다시 평소와 같은 고요한 공간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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