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기]
소주잔에 사이다를 가득 부어드리고 알게 된 사실인데, 노조 부위원장님은 부산 중앙여고를 나오셨어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여자친구가 다니던 학교였는데 이것저것 설명하기 복잡해서 그냥 내 친구도 그 학교를 나왔다 했죠.
부위원장님은 “중앙여고를 나온 사람은 모두 다 이쁘다.”, 빙긋 웃고는 묵은 김치를 불판에 올리셨어요. 묵은 김치가 불판 위에서 다시 한번 익는 동안 내 묵은 기억 속 그녀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말씀드릴까 하다가, 이것저것 설명하기 복잡해서 얼른 빈 소주잔에서 사이다를 채워 드렸어요.
소주잔을 열 번쯤 채우니 사이다병도 비고 제 할 말도 비어버렸어요. 그렇게 혼자된 빈 사이다병을 탁자 위로 굴렸더니 오래전 동여고 하굣길까지 굴러갔어요. 노란 가로등 불빛 환한 골목에서 빈 사이다병을 두 손에 꼭 쥐고 서 있는데, 나를 반겨 걸어오는 단정한 교복 차림의 그녀가 있어요. 그녀만 보면 화사해지는 마음은 그때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오늘 밤에는 자꾸만 웃음이 나와요. 나와 그녀와 빈 사이다병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