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통과를 안 시켜줘서 일이 지연된다? 과연 사실일까?
사무실 복도에서 들리는 한숨소리에 섞여 나오는 말이다. 직장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상사가 통과를 안 시켜줘서 일이 지연된다는 푸념. 과연 사실일까?
세상의 모든 상사는 일이 빨리 굴러가길 바란다. 그럼 왜 승인 도장을 얼른 찍지 않을까?
"어? 이게 왜 갑자기 툭 튀어나와?“ 3쪽에서 A를 설명하다가 4쪽에서 갑자기 Z로 점프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스타트업 피칭을 들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사업의 논리적 연결고리가 탄탄한가?"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앞쪽이 뒤쪽으로 잘 흘러가지 않는다면,
보편적 인과관계를 강화하거나 결론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근거를 제시해 보자.
결론 메시지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보고서도 상사의 OK선언을 가로막는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고려하겠습니다"로 끝나는 보고서들.
상사 입장에서는 속터진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나는 데이터와 정보만 제시할 테니, 메시지는 그대가 알아서 해석해서 판단하세요’ 식의 보고서는 금물이다.
메시지는 레이저처럼, 예리한 칼날처럼, ‘한다. 안한다, A다 B다'가 선명해야 한다. 모호함은 독이다.
입말과 보고서에 박혀 있는 글자가 같아야 하는데, 따로 놀면 보고 받는 이가 혼란스럽다.
더빙이 안 맞는 외화를 보는 기분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보고서에 없는 내용으로 설명하지 말고,적혀있는 그대로 읽다시피 보고하면 그만이다.
설명은 질문을 받았을 때만 하자! 묻지 않은 말은 일절 입밖에 내지 마라.
귀로 듣는 말과, 눈으로 보는 글이 같아야 보고하는 사람이나 보고 받는 사람이 서로 편하다.
‘3쪽 두번째 동그라미 문장, 이게 무슨 뜻이야?’
주석 없는 전문용어, 주어술어 관계가 맞지 않거나, 꼬인 문장은 독자에게는 암호문일 뿐이다.
보고서는 암호 해독 게임이 아니다.
정답을 써봐도 겨우 볼까 말까 인데, 암호문을 써놓고 읽히기를 감히 바라겠는가!
‘2번째 줄 문장이 12번째 줄 문장과 의미가 거의 같은데?’
중언부언하면 핵심메시지가 가려지고, 독자는 하품을 한다.
술 취한 것도 아닌데 한말 또 하면 핵심 메시지를 흐리게 하고, 독자를 지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