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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끝나지 않은 이야기

<부부의 세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 드라마를 흥미 위주로 보던 시청자들은 그간 쉼 없이 달려오던 <부부의 세계>였기에 뭔가 극적인 엔딩을 기대했다가 다소 맥 빠진 엔딩에 실망하는 반응들을 보이더군요. 어쨌거나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대단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전체 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이런 순서로 살펴볼 텐데요.


(가정행복코칭센터 제공)

   

남편의 외도로 완벽하리만치 단란하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또 그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궤변으로 '사빠' 논쟁을 일으키며 이혼 후 내연녀와 재혼했죠. 재혼한 가정조차 남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또 한 번의 가정 붕괴가 일어나면서 몰락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죠. 옛 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처럼 외도한 전 남편을 치밀하게 몰락시키는 아내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왜 김희애가 명배우인지를 다시 한번 전 국민에게 증명했죠. 

     

부부의 세계가 명작인 이유가 뭘까요?

1. 매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 

2.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라 심리극 

* 태오의 외도 심리 = 유능한 아내 덕에 살지만, 완벽주의 아내의 구속이 싫어 아내의 아바타 같은 내연녀와 외도 끝에 재혼하지만 또 방황하는 모습 

* 지선우의 복수 심리 = 완벽한 캐릭터지만 어릴 적 외도한 아빠와 동반 자살한 엄마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며 치밀한 복수 

3. 세 주인공의 미친 연기력

김희애는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박해준은 국가대표급 불륜남이자 국민 밉상으로 등극했으며, 한소희는 이 드라마 종영과 더불어 로레알 파리 모델로 발탁될 만큼 스타덤에 올랐죠.  

4. 그 외 다수 조연들의 비중 있는 역할도 무시 못 하죠.     


대재앙의 시작

재앙의 시작은 남편의 외도였습니다. 외도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도할 만한 경험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줬듯이 단순한 중년의 일탈이 아니라 두 가정을 파멸로 이끈 치명적 행위죠. 외도 유혹이 있을 때 당사자는 그 결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남자들이 그 유혹 앞에 쉽게 무너집니다. 아니 오히려 찾아다닙니다. 그 결과는 너무나 크고 참혹하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외도 가정에서 이혼은 선택 가능한 대안일까요? 

오늘날 OECD 국가 중 이혼율 최고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배우자가 성 중독 같은 정신병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혼은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서구사회처럼 쿨하게 이혼하고 쿨하게 자녀를 만나는 풍토가 아니기 때문이죠. 이혼은 한 가정은 물론 한 가문의 역사가 붕괴되는 행위입니다. 이 와중에 최대 피해자는 자녀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부모 각자의 이기적인 행위에 지친 아들 준영이 부모를 떠나는 선택을 하지 않습니까. 물론 자녀를 위해서 부모 각자의 행복추구권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실수 또는 실패한 부부도 가족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게 진짜 행복이죠.      


부부들에게 주는 교훈

외도는 결코 가벼운 감정으로 다루어야 할 욕구 충족 행위가 아닙니다. 흔히들 "밥만 먹고 사냐? 가끔 짜장면도 좀 먹어야지"라고 하는 우스개 소리로 비유될 가벼운 행위가 아닙니다. 최근 통계 자료를 보니 부부 중 30%가 불륜 경험이 있다고 하고, 구체적으로는 기혼 남성의 41%, 기혼 여성의 24%라고 합니다.


(2020. 5. 9 조선일보 인용)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 데다 응답자 중에서도 외도 사실을 숨긴 분들이 꽤 있을 테니 실제 숫자는 더 높다고 봐야 할 겁니다. 

 

만약 내 배우자가 외도를 한 경우 (주로 남편이겠지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극 중 지선우가 했던 거처럼 맞바람이나 복수 행위는 절대 안 됩니다. 배우자의 유책 사유가 성 중독이 아니라 한때의 실수라면 그것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배우자가 할 일입니다. 물론 이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부부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미혼 남녀에게 주는 교훈

이 드라마를 보고 많은 미혼들이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하더군요. 원래 만혼과 비혼이 대세였지만 이 드라마로 그런 경향이 더 깊어질 것 같아요.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과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배우자 선택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지선우, 이태오 모두 원 가정의 부모의 영향력을 못 벗어난 결혼 생활이 이 가정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었음을 보여주었죠. 남편의 외도도 그랬고 아내의 복수도 모두 부모로부터 학습된 겁니다. 내 가정을 이룬 이상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결혼은 뭘까요?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집니다. 결혼은, 본능이나 섹스 이상의 겁니다. 결혼식이라고 하는 것은 배우자 이외의 모든 이성과 성적 거리를 두겠다는 선언입니다. 당신을 선택하는 순간 이 세상 수십억 명의 이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긴 결혼생활 동안 부부가 영광과 치욕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극 중 지선우가 자신의 남편을 뺏어간 여다경에게 "부부가 뭐니? 운명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결혼을 하고, 몸을 섞고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전부를 담보 잡혀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했죠. 이 말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미일 텐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혼은 모든 가치 있는 것들보다 더 숭고하고 중요한 가치입니다.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그것이 바로 혼인서약입니다.     


극 중 손제혁, 예림 부부는 이혼 위기에서 남편의 변화로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 예림의 불안증으로 제혁이 물러나면서 다시 결별하게 되죠. 이 커플은 해피 엔딩이 될 수 없었을까요. 될 수 있었어요! 그때 제혁이 다시 예림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수 백번이라도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외도인 경우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피해자가 "이제 괜찮다"라고, "됐다"라고 할 때까지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때 그 가정에 회복이 일어납니다. 그게 부부입니다. 70년을 한결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모든 부부의 꿈이겠지만 세상에 그런 부부는 없습니다. 크고 작은 갈등과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부부의 과제니까요. 우리 그러려고 결혼한 겁니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드라마였지만 마지막에는 시청자들에게 큰 과제를 남겼습니다. 엔딩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아들 준영이 핸드폰을 버리며 부모와 관계를 끊고 가출하는 장면은 많은 부부들의 가슴에 먹먹한 슬픔을 안겼죠. 보통 부부들의 결혼 생활이 어때야 하는지, 부부 관계는 어때야 하며, 자녀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는 이제 오롯이 시청자의 몫입니다. 이 세상 모든 부부를 응원합니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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