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서약, 잘 지키고 계십니까?

화소행 180911.png


혹시 혼인서약서의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종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신랑 OOO군과 신부 OOO양은

건강할 때나 병약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항상 사랑하고
진실한 남편(아내)로서의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혼인서약@결혼식.PNG


모두 60자 내외입니다. 내용도 간단합니다.

그런데 살면서 이 내용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요? 아니 단 한 번이라도 꺼내서 다시 읽어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주례자가 “건강할 때나 병약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 하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우리는 하나 같이 “예”라고 대답합니다. “가난할 때나...”라는 구절처럼 가난할 때에도 도리를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유할 때만 지키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없습니다. 건강할 때만 지키겠다고 대답한 분 있나요? 아닐 겁니다. 그러면 그 약속을 지켜야죠. 서약했다는 말은 지키겠다는 약속이니까요. 인연을 맺어주신 조물주, 양가 부모님, 하객들 앞에서 한 약속입니다. 그러면 지켜야지요.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먹듯이 지켜야 합니다. 왜 남편이 돈 잘 벌 때만 아내 노릇 잘 하고, 아내가 건강할 때만 남편 노릇 잘 하나요? 남편 벌이가 시원찮아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아내가 병에 걸려 오래 누워있어도 귀찮아하면 안 됩니다. 그게 부부이고, 혼인 서약입니다.


수년 전 제 지인의 부인이 난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었으나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특이한 질병이었습니다. 백만 명(?) 중 한 명이 걸릴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홀어머니와 세 자녀, 삼 대가 한께 한 집에 삽니다. 그의 역할은 정말로 다양하지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입니다. 중견회사 임원으로서, 취미 동아리 운영자로서, 아빠놀이카페 운영자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아내의 득병은 충격이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청천벽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는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는 아내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삶을 재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많은 역할들을 네 가지(아들, 아빠, 경제적 공급자, 아내 간병자)로 재정비했지요.


우리는 살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크고 작은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수많은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가 그랬습니다. 그는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녀들과의 친밀한 관계며, 요리/살림 솜씨며, 엄마가 치료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도 자녀들은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엄마의 빈자리를 충실하게 잘 메웠습니다. 작년에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완치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 지인 중 다른 한 명은 아내가 암에 걸려 수년간 투병생활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못 되더라고요. “아내가 아픈 건 아픈 거고 나는 살아야 하잖아.”며 제 할 거 다 하고 다녔습니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아내는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그런 행태로 아내(아마도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았을지 모릅니다)와 장성한 자녀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혼인 서약은 결혼식장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결혼생활 내내 필요한 것입니다. 평생 지켜야 할 부부의 약속입니다. 그걸 지킬 때 진정한 부부입니다.


공전의 히트를 치고 종영한 tvN <도깨비> 명대사가 생각납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당신과 함께 한) 모든 날이 고마워서.”

우리 이런 고백하는 부부가 됩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


매거진의 이전글결혼 = (결)국 (혼)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