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혼인서약서의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종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신랑 OOO군과 신부 OOO양은
건강할 때나 병약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항상 사랑하고
진실한 남편(아내)로서의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모두 60자 내외입니다. 내용도 간단합니다.
그런데 살면서 이 내용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요? 아니 단 한 번이라도 꺼내서 다시 읽어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주례자가 “건강할 때나 병약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 하겠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우리는 하나 같이 “예”라고 대답합니다. “가난할 때나...”라는 구절처럼 가난할 때에도 도리를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유할 때만 지키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없습니다. 건강할 때만 지키겠다고 대답한 분 있나요? 아닐 겁니다. 그러면 그 약속을 지켜야죠. 서약했다는 말은 지키겠다는 약속이니까요. 인연을 맺어주신 조물주, 양가 부모님, 하객들 앞에서 한 약속입니다. 그러면 지켜야지요.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먹듯이 지켜야 합니다. 왜 남편이 돈 잘 벌 때만 아내 노릇 잘 하고, 아내가 건강할 때만 남편 노릇 잘 하나요? 남편 벌이가 시원찮아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아내가 병에 걸려 오래 누워있어도 귀찮아하면 안 됩니다. 그게 부부이고, 혼인 서약입니다.
수년 전 제 지인의 부인이 난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었으나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특이한 질병이었습니다. 백만 명(?) 중 한 명이 걸릴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홀어머니와 세 자녀, 삼 대가 한께 한 집에 삽니다. 그의 역할은 정말로 다양하지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입니다. 중견회사 임원으로서, 취미 동아리 운영자로서, 아빠놀이카페 운영자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그에게 아내의 득병은 충격이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청천벽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는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는 아내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삶을 재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많은 역할들을 네 가지(아들, 아빠, 경제적 공급자, 아내 간병자)로 재정비했지요.
우리는 살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크고 작은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수많은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가 그랬습니다. 그는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녀들과의 친밀한 관계며, 요리/살림 솜씨며, 엄마가 치료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도 자녀들은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엄마의 빈자리를 충실하게 잘 메웠습니다. 작년에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완치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 지인 중 다른 한 명은 아내가 암에 걸려 수년간 투병생활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못 되더라고요. “아내가 아픈 건 아픈 거고 나는 살아야 하잖아.”며 제 할 거 다 하고 다녔습니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아내는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의 그런 행태로 아내(아마도 회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았을지 모릅니다)와 장성한 자녀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혼인 서약은 결혼식장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결혼생활 내내 필요한 것입니다. 평생 지켜야 할 부부의 약속입니다. 그걸 지킬 때 진정한 부부입니다.
공전의 히트를 치고 종영한 tvN <도깨비> 명대사가 생각납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당신과 함께 한) 모든 날이 고마워서.”
우리 이런 고백하는 부부가 됩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