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말하는 사람이 부모이던 배우자던 상사이던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나 듣기 싫은 법이다.
잔소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말하는 사람이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잔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말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 하는 잔소리다. 나는 전자를 잘소리(상대 잘 되라고 하는)라고 부르고, 후자는 잔소리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잘소리는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고, 잔소리는 말하는 사람이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이거나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잘소리는 이런 것들이다. "공부 좀 해라" "과식하지 마라" "편식하지 마라" "늦잠 자지 마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일찍 들어와라" "지각하지 마라" "결혼해라" "아기 낳아라" 등등의 잔소리는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다.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도 그들이 한결같이 성실히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표현이 서투르고 말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친하지 않은 사람이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할까? 그들은 내게 그런 말을 할리가 없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내가 어떻게 되던 상관없다.
부모가 하는 잔소리는 대부분 자식을 위해 하는 잘소리다. 또 아내의 잔소리도 대부분 남편을 위해서 하는 잘소리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는 남편을 살리지만, 남편의 잔소리는 아내를 죽인다. 남편은 자신을 위해서 잔소리를 하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서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도, 아내도 자기 성질에 못 이겨하는 잔소리도 있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잔소리는 상당 부분 자신의 편익을 위해 하는 잔소리가 많다.
내가 그랬다. 나는 40대 직장인이던 시절, 저녁에 퇴근해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현관 앞에 신발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으면 집에 누가 있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집에 있으면서 신발 정리도 제대로 못 해. 이래 가지고 사회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신발 정리와 사회적 능력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또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화장지 걸이에 화장지를 다 쓴 채로 비어 있으면 화장실 문을 열고 큰 소리로 나무랐다. “아니, 휴지를 마지막에 쓴 사람이 새로 걸어놔야지, 이래 놓으면 다음 사람 어쩌라는 거야?”라며... 내가 자주 하는 잔소리였다. 이러니 가족들이 나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볼 때마다 잔소리하는 남편을, 아버지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아내는 어쩔 수 없이 나와 부대껴야 했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 나를 피해 다녔다. 참 외로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잔소리는 내게 보약이었다. 물론 나도 아내의 잔소리가 곱게 들릴 리는 없다. 나도 아내가 잔소리하면 듣기 싫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내고 보니 아내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자기 관대화 경향 때문에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았다. 그건 잔소리가 아니라 잘소리였다. 그렇게만 하면 나는 부쩍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나는 아내의 잘소리 덕분에 내 나쁜 습관을 고친 게 많다.
먼저 짜증이 많은 내게 아내는 “제발 짜증 좀 내지 말라”라고 내게 하소연했다. 처음에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내의 반복적인 잔소리에 나를 돌아보게 됐고 나는 ‘감정수첩’을 쓰면서 비로소 내 짜증 습관을 인지하고 고치게 됐다. 또 28년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일중독자로 가정과 가족을 잘 돌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의 반복적인 잔소리에 결혼 10년 만에 억지로 참석한 부부세미나에서 내 인생의 이정표를 정하게 됐고 결국 가정행복코치라는 직업까지 갖게 됐다.
쓸 데 없는 잔소리는 하면 안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소리는 반드시 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찌 되던 나몰라라 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다. 이건 직무유기다. 문제는 잘소리라도 잔소리처럼 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도 기분 나쁘게 하면 받아들일 사람 많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소리, 잘~ 하자!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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