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행복인가? 불행인가?
나는 결혼만 하면 잘 살 줄 알았다. 행복할 줄 알았다.
나는 결혼할 때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뻤다. 오죽하면 직장 동료들이 “야, 너 혼자 장가 가냐?”하고 놀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다. 키 크고, 예쁘고(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건강해 보이고, 지혜로웠고, 심성도 착하고, 음식 솜씨도 좋았다. 무엇보다 시부모에게도 잘 할 것 같았다. 연애할 때는 헤어지기 싫어서 밤늦게까지 붙들어놓았고, 그녀의 집 앞에서도 쉬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후미진 골목에서는 찐한 키스를 나누곤 했다. 하루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주체할 수 없는 성호르몬을 달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늦게 결혼할 것 같았던 내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결혼식 테이프를 끊었다. 대학 다닐 때 공부는 뒷전이고 늘 놀기 좋아하는 나였던 지라 내 자신도, 친구들도 내가 결혼을 늦게 할 줄 알았다.
나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그 당시에는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맞벌이를 한 터라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윤택했다. 지갑이 두둑하니 어깨 쫙 펴고 다녔다.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찌질하던 내 인생에 드디어 봄날이 오는 듯 보였다.
먼저 결혼한 선배들이 “결혼생활이 장밋빛만은 아니야” “결혼생활, 그거 만만치 않아”라고 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환상이 깨지는데 불과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 했지만, 내 경우는 고작 3개월이었다.
나는 어느 날 부부관계가 하고 싶은데 아내는 싫다고 하고,
나는 차를 바꾸고 싶은데 아내가 못 바꾸게 하고,
나는 주말에 골프를 치고 싶은데 아내는 집에서 애들 좀 보라 하고,
나는 휴일에 회사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아내는 집에서 같이 놀자고 하고.
이게 결혼이었다! 나는 결혼 전에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혼자 살걸 ㅠㅠ
성호르몬에 이끌려, 어릴 적 읽은 동화의 환상(동화의 엔딩은 한결같이 해피엔딩 아닌가?)을 안고 결혼만 하면 잘 살 줄 알았는데 막상 결혼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결혼의 필수 혼수는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불화더라. 이 불화를 이겨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분명히 내가 옳은데, 저 여자가 뭘 몰라서 저렇지. 아니 이게 어디 나 좋자고 하는 거야? 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런 거지, 그러니까 당신이 이해해야지, 당신만 고치면 되는데...’ 이게 안 되는 거다. 나는 직장 다닐 때 승승장구하면서 수백 명의 직원들이 내 말 한 마디면 회사가 척척 돌아가는데 집구석(그 때 심정으론 이 표현이 딱이었다)에 있는 마누라와 애들만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심정이었다. 근데 이게 우리 집만 그런가? 당신의 집은 어떤가?
게다가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나니 이건 부부가 아니었다. 그냥 아빠, 엄마만 있었다. 회사에서는 빠른 승진 덕에 할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회사는 나 아니면 안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했다. 당시에는 토요일도 근무할 때였는데, 토요일은커녕 일요일, 공휴일에도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곤 했다. 그 시절엔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었다.
10년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윤택해졌지만 부부 사이는 점점 나빠져 갔다. 아니 나빠지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10년 만에 결혼생활에 위기가 왔다.
나는 지금도 아내를 사랑한다. 결혼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었다. 아내 생각은 전혀 달랐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사랑한 거였다.
결혼생활에 관한한 나는 어른이 아니라 어린아이였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른이었지만 가정에서는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다. 아내가 나를 위해줄 때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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