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슬픔은 곧 사라질거야 라며 선녀를 위로하던 걸레.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지하철 1호선>의 한 장면이다. 평생 몸을 팔며 병들고 마약에 중독되어 사랑하는 남자에게 온전히 사랑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걸레는 얼마나 무수한 슬픔을 겪었기에 사라질 것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슬픔이 사라진 적이 없는 자신의 인생과 너는 다를 것이라는 질투와 부러움 그리고 슬픔을 아는 자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였을까.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평소엔 보지 않는 맞은 편의 사람들을 봤다. 글을 쓰던 중 큰소리가 났고 지하철 안은 잠시 정적과 함께 긴장이 흐른다. 하지만 금세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쪽팔린 것도 궁금한 것도 없는 이 공간은 IMF때보다도 더 삭막하게 느껴진다. 시선을 옮기다 마주친 눈에 살짝 미소를 보내보다가도 얼른 고개를 돌렸다. 타인과 지하철에서 시선을 주고받는 게 너무나 낯설다.
너무도 힘들었던 시절, 가난하고 괴로운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토로했지만 지금 여기 앉은 이들은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그저 자신의 핸드폰을 본다. 낯선 이에게 나의 고통을 공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봤자 이미 사람들은 공유의 감각을 잃었다. 시선도 관심도 말 한마디도 오가는 것이 없다. 그저 개인으로서만 존재한다. 지하철은, 광장은 더 이상 교차하는 지점이 되지 못한다.
걸레가 선녀에게 위로를 건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보다도 위로가 필요했던 그녀는 기꺼이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걸 처음 알게 된 타인에게 베푼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감각은 살아있게 느끼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삶을 살고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삶을 부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P.s. 배우분들과 밴드의 연주자분들이 나와서 일일이 배웅해주셨다. 마지막을 향해 건네는 인사가 아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