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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19. 2022

얼마 안 남은 시간…내 아들의 새 부모를 찾습니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 만나는 세상은 부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늘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인 부자가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창문 청소부인 아빠 존(제임스 노튼 분)과 그의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 분).


창문 청소부인 존(제임스 노튼 분)에게는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 분)이 있습니다.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하기에는 부족한 게 없었죠. 그런 그에겐 이제 두 가지 숙제만 남았습니다. 이제 겨우 네 살인 아들에게 자기 죽음을 설명해야 하는 것과 그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줄 사람을 찾는 것. 초보 아빠 존에게는 그 어느 쪽도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영국의 입양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영국의 경우 부모가 없거나 분리되어 살아야 할 환경에 처한 아이가 있다면 기관에서 입양 가정을 선정합니다. 아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러 조건을 고려해 선정한다지만 이런 조건을 맞추려면 ‘자신이 낳은 아이조차 기를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올 만큼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특수하게 친부모 존이 새 부모를 찾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복지사와 함께 마이클의 부모가 되어 줄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요. 위탁가정을 많이 해본 부부, 부모를 일종의 직업처럼 여기는 부부, 친자와 양자 포함해 아이가 많아도 너무 많은 부부, 그리고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여성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나게 되죠.


처음에는 그저 몇몇 부모를 만나보면 마이클에게 가장 좋은 부모를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부모를 통해 자신의 존재도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을 줄 알았는데, 가족들을 만나 볼수록 어떤 선택이 마이클에게 가장 좋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만약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아이가 겪게 될 불행이 내 탓이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죠.


마이클에게는 존이, 존에게는 마이클이 둘도 없는 친구이자 부자 관계인데 존의 병세가 심해지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 와중에 병세가 점점 심해지는 존은 이제 일을 할 수도, 마이클과 몸으로 놀아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있는 일이 많아졌고 책을 읽어주거나 공원에서 산책하는 일이 전부였는데요. 어느 날 나무 아래서 놀고 있던 마이클이 아빠를 불러 딱정벌레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존은 “몸은 여기 남아있지만 영혼이 떠나버린 것”이라며 딱정벌레를 통해 죽음에 관해 설명하죠.


영화는 끝까지 존이 어떤 병에 걸려 죽게 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똑바로 걷지 못한다거나 손의 떨림, 수척해지는 존의 외모에서 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충분히 신파로 흘러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내 그 누구도 눈물 쏟는 일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는데요. 그 모습에서 관객은 더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전작 ‘스틸 라이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뤘는데요. 우연히 본 신문 기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여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노동자 계층의 싱글대디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요. 아내는 마이클을 낳고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갔고 가족이나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아들을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하는 상태. 여기에서 아들과 아빠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감동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신의 한 수는 마이클 역에 다니엘 라몬트 배우를 캐스팅한 것. 네 살짜리의 순수함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신의 한 수는 마이클 역의 다니엘 라몬트 배우를 캐스팅한 겁니다. 첫 장면부터 귀여움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아이다운 순수함을 보여줌으로써 한순간에 관객들의 심장을 내려앉게 하는데요. 아빠 역의 제임스 노튼과도 실제 친부자 사이 아니냐 할 정도로 진정한 부자 케미를 보여줍니다.

이제 선택권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마이클의 부모가 되어줄 가족을 결정해야만 하는데요. 과연 존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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