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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Feb 26. 2019

노벨상 받는 멋진 남편…그런데 아내는 왜 폭발했을까

영화 '더 와이프'

[※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도 글렌 클로즈의 팬이 될 것이다!" -Guardian 
    

영화 '더 와이프'에서 평생 작가 남편을 내조해 온 조안 캐슬먼을 연기한 글렌 클로즈.

  
그렇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팬이 된 저는 글렌 클로즈의 필모그래피를 확인해보게 되었습니다. 배우로 45년간 활동했다던 그녀를 그동안 어째서 보지 못한 걸까요? 그녀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 중에 제가 본 영화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고작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더 와이프'입니다. 
평생 작가 남편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 분)을 내조해 온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 분). 어느 날 새벽 집으로 걸려온 전화는 남편 조셉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애 최고의 영애를 나누어 가진 그들은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이 부부는 교수와 제자 사이로 만났습니다. 작가를 꿈꾸던 조안은 지도 교수였던 조셉에게 사랑을 느껴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지난번에 소개해드린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서도 그렇고…… 왜 그녀들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캐슬먼 부부의 젊은 시절. 특히 조안의 젊은 시절은 연기한 배우 애니 스털크는 실제 글렌 클로즈의 딸이다. 

  
이후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고, 조안은 남편을 위해 글 쓰는 걸 포기하고 뒷바라지를 하죠. 하지만 조셉의 글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어려 모로 부족했습니다. 글에 대해 충고하는 조안에게 되레 화를 내며 떠나겠다는 말을 하죠. 제가 느끼기엔 반협박(!) 같았지만 그 없이 살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이 글을 고쳐보겠다 말하는데요. 이때부터 그들 사이엔 둘만 아는 비밀이 생깁니다. 
  
조셉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이 보인 만찬 자리에서 아내와 아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심지어 젊은 포토그래퍼에게 한눈을 팔기도 합니다. 이런 남자에게 어떤 매력을 느껴 사랑하게 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죠.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다신 안 볼 것 같이 싸우다가도 딸이 손자를 낳았다는 전화로 인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이혼하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조셉이 지병으로 쓰러지자 '사랑한다' 말하는 장면입니다. 서로를 향한 감정이 차가웠다가 단시간에 금세 뜨거워지는 장면을 보며 '부부가 되면 다 이렇게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더 와이프'는 글렌 클로즈를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 후반에서 쌓아왔던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면 역시 관록은 무시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감독과 주·조연 등이 이 영화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더 와이프'는 글렌 클로즈를 빼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영화 초반에서 중반 이후까지 십수 년간 남편의 그림자 역할을 하며 감정을 숨겨온 조안이 마지막에 쌓아왔던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면 이래서 초반에 그렇게 연기했던 건가 싶을 정도로 대조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역시 관록은 무시 못 하죠. 
  
또한 영화에서는 유난히 클로즈업 장면이 많습니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글렌 클로즈의 표정을 보면 그녀의 심리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요. 이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로 지난달 7일에 열린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글렌 클로즈는 모든 여성이 공감할만한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글렌 클로즈가 지난달 7일에 열린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모습.


조안 캐슬먼을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엄마 생각이 났어요. 아빠를 위해서 평생 자신을 헌신하셨는데 여든이 넘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거 같구나"

그건 옳지 못해요. 이런 모든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건 우리 여성들이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당하며 살아왔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우리의 꿈을 좇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나는 할 수 있어! 그리고 당연히 해도 된다고!'

  
어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안타깝게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제가 볼 땐 그녀 역시 상 받을만했다고 생각합니다. 

  
글렌 클로즈의 45년 인생 역작이라 불리는 영화 '더 와이프'는 내일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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