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와 미팅으로 조직을 움직이다

'공유'의 힘

by Korea Tiger

베트남 법인장으로서 겪었던 첫 번째 충격(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장벽)을 극복하자마자,
나는 다음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쳤다.



바로 업무 관리가 전혀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직원들은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었지만, 전체 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소통 부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해결책은 캘린더에서 찾았다


가장 먼저 내가 도입한 것은 모든 리더들이 업무 일정을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에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엔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왜 내 일정을 공유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리더들이 많았다. 베트남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누군가가 관찰하거나 평가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고, 나는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이 캘린더 공유는 여러분의 업무를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업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돕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나의 일정은 전 직원이 모두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단순 업무회의부터 미팅, 직원과의 점심 약속까지 모두 캘린더에 기록하고 공유했다.

처음엔 불편해했던 직원들도 내 일정을 직접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법인장인 내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회의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모두 볼 수 있게 되자, 직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뢰가 쌓였다.

그리고 점차 다른 리더들도 자신의 일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결국 이 작은 변화가 우리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팀워크도 좋아졌다.

베트남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었다.


"리더가 먼저 투명해지면, 조직 전체가 투명해진다."


일정.jpg 공유된 캘린더





매일 30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일일 점검 미팅'


캘린더 공유와 함께 도입한 두 번째 변화는 매일 아침 8시에 리더급 직원들과 함께 진행한 ‘일일 점검 미팅(Daily Check-in Meeting)’ 이었다.

이 미팅은 매우 간단한 형식이었다.


어제 진행한 업무 내용

오늘 꼭 처리해야 할 업무

문제가 발생했거나 지연되고 있는 업무


이 세 가지만 돌아가면서 짧고 명확하게 공유했다.

처음엔 직원들이 준비가 안 된 채 미팅에 들어와, 미팅이 자꾸 길어지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은 미팅 전에 미리 공유할 내용을 스스로 정리했고,

매일 서로의 업무를 체크하며 자연스럽게 업무 우선순위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즉시 논의하여 현장에서 바로 해결책을 찾는 일이 늘었다.






매주 한 가지 주제, 한국의 일하는 방식을 전달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베트남 직원들이 한국에서의 일하는 방식을 경험한 적이 없다 보니, 내가 무언가 새로운 방식을 제안할 때마다 직원들은 '그게 왜 필요한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내가 익숙한 한국식 업무 방식이 어디서든 당연히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서로의 기준이 너무 달라 직원들과 업무를 할 때마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컸다.


그래서 나는 직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매주 딱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서 내가 한국에서 익숙하게 했던 업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영어로 번역해 PPT로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1주차는 한국의 업무 보고서 작성법

2주차는 역산을 통해 일정 계산하기

3주차는 한국의 회의 방식과 문제 해결 프로세스


주제는 직원들이 자주 헤매는 부분이나,

업무에서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이고 작은 부분으로 선정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PPT 자료에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몇몇 직원들은 내가 공유한 PPT를 다시 열어보거나 나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을 묻기 시작했고, 거기에 적힌 내용을 스스로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직원들이 내 방식이나 한국식 업무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한 건 아니다. 때로는 직원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고, 최소한 내가 제안하는 방식이 직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처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렇게 천천히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변화는 결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그리고, 사실 업무의 효율보다는 우리가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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