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파견의 시작, 모든 이론은 무너졌다

by Korea Tiger

본사의 결정으로 베트남 호치민 현지 회사의 법인장으로 파견이 결정되었을 때, 솔직히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 업무를 맡았고, 본사가 명확히 세워준 지침과 전략도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첫날, 나는 모든 계획과 이론이 무너지는 현실과 마주했다.




첫 번째 위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직원들

현지 사무실에 도착한 첫 미팅부터 문제는 터졌다.
나는 영어로 준비한 자료를 직원들 앞에서 공유했다. 그 순간 직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놀랍게도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라면 최소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처음에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미팅은 결국 2시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간단한 업무 내용을 전달하려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표정을 보며 내 가슴은 점점 답답해졌다.


"왜 현지 통역사를 쓰지 않았나요?"

주변에서는 통역사를 고용하는 게 빠르다고 조언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과거 베트남에서 법인장으로 근무했던 지인의 경험담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한국어 통역사를 고용하면, 중간에서 정보를 왜곡하거나 자신이 핵심인 것처럼 행동해 회사 분위기를 망칠 수 있어요. 특히, 현지 직원들과 본사 직원 사이에서 묘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런 리스크를 절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현지 통역사 대신, 영어 소통이 가능한 현지인 어시스턴트를 뽑아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실적인 해결책, '어시스턴트' 채용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현지 어시스턴트를 긴급히 채용한 후, 미팅 진행과 문서 정리를 맡겼다.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업무 내용을 꼼꼼히 정리하고 디테일한 사항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동시에 기존 리더급 직원들과 매일 아침 30분씩 영어로 간단한 일일 미팅을 진행하며 영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처음엔 직원들도 어색해했지만, 반복되는 미팅 속에서 점점 영어 소통에 익숙해졌다.




충격적이었던 업무 자료 수준

더 큰 문제는 업무 자료 정리 상태였다.

현지 직원들에게 기존 업무 자료를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자료는 문서 형태가 아니라 완전한 Raw Data 상태였다. 심지어 구글 워크스페이스 링크만 나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흔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정리되지 않은 베트남어 자료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나는 매번 그 문서들을 하나하나 번역기로 돌려보며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이런 업무 방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이상과 현실의 큰 차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

결국, 법인장으로서의 첫 하루는 기대와 달리 철저히 좌절감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날의 경험은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이론과 전략이 최우선이라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결국, 소통의 본질을 해결하는 것이 모든 업무 성과의 출발점이었다.

그날 나는 명확하게 깨달았다.


"모든 전략과 계획은 현실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지만, 사람들과의 명확한 소통과 공감, 신뢰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이 깨달음이 앞으로의 나의 법인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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