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덩굴, 풀잎의 아이, 바람에 스치는 마음

을목(乙木) 일간의 아이들

by 오 광년



교실 구석, 창문 옆에 앉은 예린이는 늘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였다.
자신의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지만,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주었다.


“괜찮아. 선생님한테 같이 가줄까?”

그 말에는 억지나 부담이 없었다. 예린이의 말 한마디에는 바람처럼 부드러운 온기가 있었다.



명리학에서 을목(乙木) 은 덩굴, 풀잎, 꽃, 작은 식물의 기운으로 표현된다.
곧게 뻗는 갑목이 ‘리더형 성장’이라면, 을목은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이다.

을목의 아이들은 조용하지만 끈기 있고, 섬세하지만 단단하다.
그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주변의 분위기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부드럽게 조율한다.


이 아이들의 성장은 햇빛보다 바람의 온도에 가깝다.
서로의 마음이 따뜻하면 활짝 피어나지만, 주변이 차갑고 거칠면 금세 움츠러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약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다.

을목의 아이들은 공감력이 뛰어나고, 말보다 표정과 눈빛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분위기’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교사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 그 말이 뿌리처럼 마음에 남고,
친구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는 바람처럼 오래 흔적을 남긴다.


그렇기에 을목의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비판 없는 관심’이다.
조언보다 공감, 지시보다 질문, “왜 그랬어?”보다는 “그땐 어떤 기분이었니?”
이 한마디가 이 아이를 피어나게 만든다.


때로 을목의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조용히 삼키기도 한다.
누군가 다투면 중재하려 하고,
자신의 속상함은 뒤로 미룬다.

하지만 그 속에는 ‘모두가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숨어 있다.
그 마음이 바로 을목의 가장 큰 힘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날 때,

주변 어른들은 그들의 섬세함을 약함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을목의 섬세함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그건 세상을 느끼는 감각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을목의 아이는 바람에 스치는 덩굴이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그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천천히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꽃은 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


pexels-davidmcelwee-11929361.jpg







초등교사 15년차. 아이들의 마음과 기운을 색으로 바라보는 사람.《사주오행, 우리 아이 마음 코칭》 프로젝트를 통해 부모와 교사에게 ‘아이 이해의 언어’를 전하고 있다.

이전 02화1장. 나무의 아이, 자라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