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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Aug 28. 2019

1학년 여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또래관계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

오늘 하루도 잘 지냈습니다. 오늘은 1학년 여학생들을 모아서 평소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모이라 하니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샘, 무슨 일이예요?" "혼날 준비 하고 와!" 괜히 겁을 줬습니다. 아이들은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꿈터에 모였습니다. 잔잔한 음악을 깔고 이야기 했습니다.


"여러분, 샘이 학교에 온 뒤 자세히 관찰해 보니 1학년 여학생들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모두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해서 이 자리는 평소 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했어요."


"혼 낸다면서요?"


"농담이예요. 샘이 지금부터 질문을 할 테니 솔직히 적길 바래요."


1. 학교 생활하며 가장 슬펐을 때

2. 학교 생활하며 가장 억울했을 때

3. 친구가 고마웠을 때(또는 즐거웠을 때)

4.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시간이 흘렀고 다 적은 아이들은 종이를 저에게 제출했습니다. 한명씩 적은 내용을 읽어줬습니다. 단, 이름은 쓰지 마라고 부탁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말했습니다.


"샘은 여러분들이 불편하게 학교 생활 하지 않기를 바래요. 해서 쌓인 게 있으면 풀고, 오해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하고, 고마우면 고맙다 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좋겠어요. 친구들끼리 무리지어 노는 것은 당연한 일이예요. 하지만 무리들끼리 뒷담까고 욕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아요. 샘이 두가지 약속을 제안해요. 들어줄 수 있겠어요?"


"네"


"첫번째는 친구를 만나면 인사하기 예요. 두번째는 XXX 이예요."


"샘, 저는 첫번째는 할 수 있겠는데 두번째는 솔직히 못하겠어요."


"당연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럼 첫번째는 할 수 있겠나요?"


"네~~~~~~"


아이들은 다같이 약속했습니다. 두번째 제안은 할 수 있는 친구만 하기로 했습니다.(개인 사생활이라 내용은 밝히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은, 친구를 혼자 두지 말았으면 해요. 누구든 혼자 일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 있는 친구에게 인사와 뭐하는 지 물어볼 수 있잖아요. 원해서 혼자 있는 것은 존중해 줘야 하지만 원치 않게 혼자 있는 친구는 챙겨주면 좋겠어요. 할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조용히 서로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앞으로도 오해가 생기지 않기 위해 특정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샘에게 말해주면 샘이 도와줄께요. 당연히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혹시 둘이 이야기하다 싸울 수도 있고 오해가 더 커질수도 있어요. 대화의 스킬이 필요해요. 샘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혹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샘에게 말해주세요."


"네~~~~~~!!!"


아이들은 돌아갔습니다. 교무실에 와보니 한 아이가 제 책상에 쪽지를 올려두었습니다.


"샘, 저 XX이에요. 00이와 이야기 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싸울 수 있습니다.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하는 방법을 아이들은 경험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이들 관계에 간섭하지 않으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저의 말을 귀담아 들어준 아이들이 고마웠고 친구들을 생각하는 눈들이 빛나던 것이 좋았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듬은 알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모두...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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