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병, 그리고 헬리코박터균..
이집트의 파피루스나, 성경, 혹은 그리스 시대의 갈렌 같은 의사들이
파킨슨씨병과 유사한 증상에 대해 기록을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떨리는 마비(shaking palsy)라는 이름을 붙이고,
쉬고 있을 때 나타나는 떨림이라든지,
특이한 자세나 걸음걸이, 근력 저하,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양상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기술했던 것은 제임스 파킨슨입니다.
1817년, '떨리는 마비에 대한 에세이(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에
파킨슨씨병 환자 6명에 대해 기술했고,
그것이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병에 대한 최초의 명확한 임상적 묘사였습니다.
1755년생이었으니까. 이미 환갑이 넘어서였고
은퇴직전에 이런 논문을 발표한 이유는
질병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는데,
당시 유명한 해부학자들이 이 명이 왜 생기는지 병변을 찾아주고
치료로 이어지기를 바랬습니다. *
"떨리는 마비"에 "파킨슨 병"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한 사람은
프랑스의 장 마르땡 샤르코(Jean-Martin Charcot)였습니다.
파리 의과대학의 신경과 교수였고,
자신도 자신과 제자 두 명의 이름을 딴 병 명으로 유명합니다.
CMT라고도 하는 샤르코-마리-투스라는 병인데요.
마리와 투스는 각각 제자 삐에르 마리, 헨리 투스 입니다.
제임스 파킨슨의 바램대로,
이 병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고
치료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그렇든 완벽하게 전부를 설명하고 치료할 수는 없었습니다.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뇌간의 아래에서 부터 점점 쌓여서
대뇌의 흑색질에 이르고, 흑색질의 세포가 50-70% 이상 파괴되면
외부에서도 알아 볼 수 있는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약물이나 독소에 의해 흑색질이 파괴되어도 파킨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흑색질은 도파민을 만드는 곳이어서
흑색질이 파괴되면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고 그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므로
치료를 위해 도파민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쌓이는 범위가 넓어져 대뇌 피질에 이르게 되면
파킨슨 병과 치매가 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뭉쳐져서 루이소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요.
이것이 뇌세포를 괴사시키면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을 루이소체 치매라고 합니다.
장내세균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도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는 상태 같습니다.
알파 시누클레인을 많이 만드는 균들이 우세한 경우
미주신경을 타고 알파 시누클레인이 이동해 뇌에 쌓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
Proteus mirabilis라는 균을 이용해 쥐실험을 했는데요.
파킨슨 병이 있는 주의 장에서 가져온 이 균을 다른 쥐에 주입했더니
흑색질에 도파민 뉴런이 손상되고
뇌에서 알파 시누클레인 응집되기도 했습니다 .
헬리코박터균과의 연관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이유는 잘 몰라요.
다만, 파킨슨 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헬리코박터균 감염율이 2-3배 정도 높고
운동과 관련된 기능이 더 나쁜 경우가 많으며,
균을 없애는 치료를 하게 되면 운동 기능이 향상되며,
제균 치료 후 파킨슨 치료제인 '레보도파'의 흡수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의 주된 내용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삼성 의료원 신경과에서 65세 이상 파킨슨 병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파킨슨 병이 있는 경우 약의 흡수가 저하되어 치료 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효과 지속시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파킨슨 병이 있다면요,
올 해 검진에서는 내시경을 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균이 나온다면
제균치료를 하는 것이 파킨슨 병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Movement Disorder. 2007. Vol 22. Suppl. 17. S327-334
"Unresolved Issues Relating to the Shaking Palsy on the
Celebration of James Parkinson's 250th Birth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