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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Dec 05. 2023

헬스장에서 오전 일과

처음 몇 주 동안 정신없었음

노동 시작 시각은 6시이지만, 어디나 그렇듯 10분 전에 도착한다. 출퇴근 기계가 있어서 그걸로 확인받는다. 6시에 와도 별다른 말을 안 할 것 같지만, 헬스장 오픈이 6시이기 때문에 그전에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회원들이 따끔한 눈초리를 받는다. 


출근을 찍고서 전등을 켠다. 인포데스크와 샤워실, 여탈, 남탈, 스트레칭존, 운동실. 요즘 날씨가 추우니 탈의실 보일러를 50도로 맞춘다. 헬스장 노래는 보통 여자아이돌 노래로 맞춘다. 아침에 상쾌한 느낌이 나는 음악으로 제격이다. 까먹지 않으면 TV를 켠다. 복도와 운동실에 각각 한 개가 있다. 보디빌더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먼저 스트레칭존에 가 청소기를 돌린다. 머리카락과 신체에서 나오는 무언가(정확히 이름을 알지 못한다. 청소왕 브라이언을 알 텐데)를 청소한다. 회원들이 아직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하지 않으면 회원들이 스트레칭존을 사용할 때 청소를 하게 된다. 내 청소를 신경 쓰는 회원을 신경 쓰는 내 마음이 부담스럽다. 


헬스장 복도와 락커실, 인포데스크를 차례로 청소기 돌린다. 바닥에 얼룩이 보이면 걸레질도 한다. 운동복과 수건이 들어있는 포대를 헬스장 안으로 옮긴다. 포대를 들어 올릴 때 긴장한다. 헬스장 대표는 나에게 이곳에서 벌레가 나온 적이 없다고 했지만, 포대 아래 숨어있는 벌레와 마주친 적이 세네 번 있다. 대부분 죽이지 않고 보내준다. 죽은 것을 만질 용기가 없다. 


운동복 사이즈에 맞게 정리하는 작업은 테트리스 같아 재미있다. 이렇게 딴짓을 하고 있다 보면 수건이 다 떨어질 때가 있다. 트레이너들이 PT 시간표를 칠판에 적는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팀장은 내게 시간표를 적다가 공란이 생기면 가짜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작업도 꽤나 재미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섞어서 새로운 이름을 만든다. 그러나 오전 9시와 오후 4시에만 PT 일정이 있을 경우 오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명의 가짜 이름을 만들어야 해 머리를 꽤나 굴려야 한다. 


네이버플레이스 새로운 리뷰에 답글을 달고, 예약 요청을 확인하고, 네이버톡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건 헬스장 블로그이다. 정확한 글을 작성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이템을 고르고 정보를 검색하고 수합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하루에 작성을 끝마치지 못할 때가 많다. 


여자탈의실 로션과 스킨이 있는지 확인하고,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정전기 티슈로 제거한다. 유리창 세정제를 들고 여자탈의실 거울을 닦는다. 헬스장 유리문을 닦는다. 운동기구를 닦는다. 빨리 해치워도 되지만 어쩐지 9시에 한다. 트레이너들이 있는 시간대에. 


오전에 상주하는 트레이너들 중에 여성이 없어서 퇴근하기 전에 꼭 여성탈의실 포대를 정리한다. 축축한 수건과 냄새나는 운동복을 한 번 치워야 오후가 되기 전에 넘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인포테스크 의자에 앉을 시간이 없어서 항상 "잠시 자리비움" 안내판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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