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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Nov 30. 2023

헬스장은 너무 춥다

따뜻한 온풍기 바람에 졸지 않기 위해 쓰는 노동일기

헬스장 알바를 시작했다. 아침 여섯부터 아침 열 시까지 4시간씩 노동한다. 헬스장이 있는 건물은 낡았고, 유리창문은 많다. 외풍이 심하고 난방기는 오래됐다. 30도로 올려도, 기모 바지를 입고 목도리를 해도 춥다. 인포데스크엔 미니 온풍기가 있다. 그걸 틀고 있으면, 일어나기가 싫다. 일어나면 온풍기와 멀어지니까. 일어나서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고 무거운 포대를 옮기고 운동복 재고를 채우면 추운 게 조금 가신다. 가만히 의자에 앉으면 춥다. 종일 온풍기 옆에 붙어있고 싶다.

문제는 따뜻한 바람 때문에 잠이 온다. 졸다가 문 여는 소리나 회원 인사에 깬다. 잠을 깨기 위해 헬스장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인터넷 아이쇼핑을 하거나. 어제는 가계부를 정리했다. 최근에 헬스장 곳곳에 있는 CCTV를 발견하고서, 고용주가 나의 게으름을 지금까지 다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 나를 해고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잠시 했다. 안 잘리는 거 보니까 참고 있거나 참고 있거나 참고 있거나 모르거나. 넷 중 하나이겠지 싶다. 

월초에 바인더 다이어리를 구입하면서 스케줄 관리와 일기를 함께 쓰고 있다. 다이어리는 항상 들고 다니는데, 이번주부터는 헬스장에서 전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알바 중에 아침을 먹어도 된다고 하여 시리얼과 두유를 구매해 비치해 두었다. 공기가 차가우니 먹기가 싫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예정이다. 집들이 때 만들었던 고구마수프가 아직 남아있다.

잠은 결국 깼는데, 업무 사진을 올리라는 고용주의 카톡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무 후 사진을 찍어 카톡에 올리는 게 원칙인데, 약 한 달 동안 나는 사진을 전혀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휴대폰 카메라가 느리기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된다. 업무 하나 하고 사진 하나 찍고 이러는 게 꽤 불편하고 집중도 안 돼서 몇 번 놓치다 보니 계속 안 찍었다. 두 번째는 고용주 출근하면 내가 뭘 했는지 다 알 거 아니야, 하는 오만과 자신감. 회원들도 아르바이트생이 바뀌면서 훨씬 깨끗해졌다고 그러는데 사진까지 찍어야 해?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원칙은 원칙이지. 내일부터 찍어서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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