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은 Oct 13. 2018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스타 이즈 본(2018)

아름다운 노래로 남은 그들의 새드 엔딩

오랜만에 뮤지컬 영화가 아닌 음악 영화를 본 것 같다. 사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뮤지컬 영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한 음악 영화라는 [비긴 어게인]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고, 특히나 중간중간 노래들이 너무 완벽해서 매료되며 보게 되었다.



'Star' is Born


이 영화는 두 명의 캐릭터가 이끌어나간다. 이미 스타인 '잭슨(브래들리 쿠퍼)'와 스타가 되어가는 '엘리(레이디 가가)' 가. 그러나 영화의 제목은 'Star is Born'이다. 즉 스타의 탄생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것이고, 그렇게 봤을 때 영화의 주인공 오브 주인공은 엘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잭슨은 이미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큰 별이었고, 점차 지고 있었다면 그와 반대로 엘리는 뜨는 별이었으니까. 실제로 제목의 타이틀이 뜨는 신 역시 엘리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여러모로 영화의 주인공이 엘리라는 것을 입력시켜준다.



근데 왜 하필 'star'일까

star는 대체적으로 좋은 느낌을 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존재. 근데 아이러니하게 가끔 star의 뜻이 부정적인 순간이 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의 star도 마냥 좋은 뜻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건 엘리가 그 star가 되는 과정 때문이었다.


엘리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어쩌면 엘리의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것 같다. 실제로 그녀는 전혀 '그녀가 그렸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기를 얻고 성공을 하니 말이다. 


머리를 염색하고 원하지 않는 백댄서와 춤을 추고 그렇게 그녀는 스타가 되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이질적인 것은, 우리가 영화의 앞에서 바라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그리워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이 영화의 제목이 'Star' is born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예술가 '연인'의 '새드엔딩'


영화를 봤을 때 순간 들었던 생각은 왜 예술가 사이의 사랑은 많은 경우에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가였다. 이 영화에서도 예술가인 엘리와 잭슨의 사랑이 새드로 끝나니 말이다. 물론 이 영화는 마치 로댕과 클로델처럼 격한 파국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끝은 새드다. 


그런데 과연 꼭 예술가의 사랑만이 새드엔딩으로 향하는 걸까? 

아마 이 질문에 답은 NO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도 새드엔딩을 겪곤 하니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새드엔딩 역시 '예술가'여서 특별한 것이라기보다는, '연인'으로 쉽게 겪을 수 있는 새드 엔딩이 아니었을까?


잭슨과 엘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정적이고 매너리즘 투성이인 현실에서 자신의 본질을 알아봐준 사람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더 운명적이고 더 강렬하다. 이 강렬한 사랑의 과정에서 나는 두 사람이 배신, 혹은 상실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 잭슨은 자신의 소울메이트라고 여겼던 엘리가 그 본질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상실을 느꼈을 것이다. 엘리 역시 자신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해 주는 잭슨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고 결국 잭슨이란 사람 자체를 상실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러한 실망과 상실에 의한 새드 엔딩은 사실 익숙할 것이다. 굳이 예술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많은 연인들이 이러한 이유에서 새드 엔딩으로 향하니 말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새드엔딩에서 그들이 '예술가'라는 점은 중요치 않다. 모든 '연인'이라면 쉽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 


물론 그럼에도 그들의 새드엔딩이 유독 더 많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예술가'라는 점에서 그들의 새드 엔딩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로댕과 클로델의 수많은 아름다운 조각들처럼,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 노래인 'I'll never love again'처럼.





음악영화로서의 포인트


음악영화로서 이 영화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락을 기본으로 컨트리, 팝뮤직 등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져서 영화에 다채로움을 주었던 것 같다. 특히 컨트리 락 음악은 영화에서 쉽게 접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특색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의 노래 모두가 라이브로 이루어진 점이 가장 좋았다. 이 영화를 위해 배우들이 라이브를 위해 노력했다고 하던데 그게 티가 난다. 라이브로 불러지는 노래들, 관객이 아닌 아티스트에게 집중한 카메라의 초점들로 하여금 캐릭터 개개인에 몰입하게 한다. 관객 입장에서 노래를 듣다가도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노래가 들린다. 그래서 가수들이 어느 별에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정말 같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멜로'이야기라는 점을 더욱 어필한다.





음악영화로서 다양한 음악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사실 스타의 탄생이라는 스토리 자체는 약간 진부할 수도 있었는데, 좋은 노래와 더 좋은 배우들의 연기로 영화의 매력을 높여준다. 잭슨 역의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까지 맡았다고 하는데,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꽤 인상적이고 좋았다. 영화가 예술가의 사랑을 다루기 때문에, 흔히 생각되는 질투나 파멸의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예술가' 보단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여러 감각이 즐거웠던, 그래서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였다.


별점 : 4.0 / 5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에브리데이(20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