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다국적 기업 전화 영어 인터뷰 시간을 잘 못 맞춘 점 때문에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끝나고 삼일 정도 후에 합격 소식을 듣고 일주일 후에 2차 면접을 보러 갔다.
한국 지사의 헤드인 싱가포르인 한 분과 나의 직속 상사가 될 한국인 한 분이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 메일로 먼저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면접 전에 면접관의 이름을 링크드인, 페이스북에 찾아서 그 분들의 연령대나 취미, 근황, 사는 지역 등등 스몰토크의 주제가 될 수 있을만한 것들을 조사했다.
싱가포르 분이 계셨기 때문에 모든 답변을 영어로 준비했지만 당일 급한 일정이 생기신 것인지 참석하지 않으셨고 면접은 나와 (입사한다면) 직속상사가 되실 분 단 둘이서 진행하게 되었다.
아주 젊으신 분이었고, 그동안 가봤던 다른 면접과 다르게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정말 차 마시면서 같은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과 수다 떠는 기분으로 면접을 봤던 것 같다. 분위기가 편안했다 보니 시간 까지 재가면서 준비한 답변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술술술술... 털어놓고 있었다. 나중엔 면접이라는 것도 잊게 될 지경이었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너무 편해서 몇 번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킨 것 같다.... 그리고 말하다가 재밌어서 막 계속 말하다보니 어떤 실언이 있었을 지, 아니면 지루하게 느끼시진 않았을지 끝나고 나니 걱정이 되기 시작된다.
너의 장단점은 무엇이니?
너의 커리어골은 무엇이니?
같은 예상질문들을 쭉 뽑아서 거의 예상 질문 100개를 준비를 했었는데, 면접은 철저히 실무적인 내용 위주로 진행되었다.
1. 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
2. 우리 플랫폼에서 셀러를 했다고 했는데, 왜 우리 플랫폼을 선택했던거야?
3. 하면서 서비스, 시스템 상의 좋았던 점 혹은 개선해야할 점이 있었니? 운영상의 어려움이라던지?
역질문: 가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지?
4. 재학 중에 대만에 가서 일할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5. 대만 스타트업 파운딩멤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6. 부서가 따로 나뉘어 있었던 건지?
7. 전에 회사에서 했던 일이 현재 지원 포지션과 아주 유사한데, 그 직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8. 생각보다 다른 게 많은 것 같다. 우린 대부분이 직접 컨택하고 영업하는 측면이 강하다.
9. 만약 우리 직무에서 일하게 된다면, 예전에 일했던 경력에서 어떤 점이 가장 도움이 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10. 반대로 가장 어려울 것 같은 것은?
11. 업체 2000개가 담긴 리스트를 받았고, 컨택해서 설득하고 데려와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컨택을 시도할 것인가?
12. 그룹을 나눈다고 했는데, 그룹을 나누는 기준은?
13. 그럼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대량으로 리셀링 하는 사람과, 브랜딩을 원하는 사람이 플랫폼에 온보딩한 후에, 더 잘 팔기 위한 전략으로 어떤 조언을 해줄 건가?
14. 가격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고 정해야 하나?
15. 우리 플랫폼이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아서 고민인데, 인지도를 높이면 어떻게 해야된다라는 팁같은 게 있다면?
16. 스타트업이면 초반에 인지도도 낮았을텐데, 어떻게 처음에 셀러 온보딩 시켰는지?
17. 방금 말한건 두번째 단계인 것 같고, 그것마저 없었을땐?
18. 그럼 세번째 단계는 뭐였나?
19. 그럼 주로 어떤 식으로 설득했고 무엇을 말했나?
20. 질문거리 있는지?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대화'하려고 하기보다 끊임 없이 '내 얘기'만 들려주려고 했던 내 태도에서 찾는다. 많은 이야기를 준비한 만큼 모든 걸 다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분위기가 너무 편하게 느껴졌기에 불필요한 말들을 했던 기억이 지금에 와서 하나 둘 떠오르며 아쉬움이 남는다.
자칭 면접 포비아를 가지고 있던 나는, 처음 취업 준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면접 한 열 번 정도 떨어지면 한 곳은 날 불러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낙방하자"
이번 면접이 네번 째였으니 여섯 번 정도 남았다. 매 차례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물론 붙었으면 부모님도 참 좋아하셨겠지 하고 아쉬움도 들지만,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면접의 기술 (더 나아가 대인관계의 기술)을 하나씩 연마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