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낮은 순

by 예얀
image.png 2024년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대상 수상작


한국인들이 식당의 맛을 가늠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간판, 웨이팅 시간, 그리고 별점이다. 우리는 긴 세월에 닳아버린 간판을 보며 ‘맛있겠다’고 말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이 악물고 못 본 척 하며 그 옆에 있는 ‘줄 서는 맛집’에서 두 시간을 웨이팅한다. 특히나 별점은 식당 방문 전 확인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됐는데, 이젠 별점의 높고 낮음을 넘어 별점을 달 수 없게 해 놓은 후기 미제공 식당부터 거르는 사람이 많다. 평가에 자신이 없어서 닫아놓는 것이라 여긴다나. 어쩌면 잘 찍은 음식 사진보다 이런 음식 외의 요소들이 식당의 매출을 좌지우지 하는지도 모른다.


음식 다큐멘터리 <요리인류>와 <누들로드>를 제작한 이욱정 PD는 SNS가 주도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꼬집으며 “우리는 자기 혀가 아닌 ‘이걸 먹는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 ‘남들이 인정 했는가’로 음식을 판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누가 갔다더라, 연예인 누구 맛집이라더라, 거기 별로래, 거기 맛이 변했대, 엄청 불친절해, 이런 말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일축해버리는지 우리는 잊고 만다. 음식은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늘 간접평가를 수반한다. 쏟아지는 맛집 정보들은 어디가 더 맛있느냐가 아닌 어디를 걸러야 하는가로 바뀌며 한 문장도 채 이루지 못한 평가들은 쉽게 선택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높은 별점보다 낮은 별점이 더 진실된 평가라고 생각한다. 전자에는 댓가성이 존재하거나 조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호의와 긍정이 조작으로 의심받는 세상이라니, 실제 별점 알바가 판을 치는 상황과는 별개로 쓸쓸해진다. 지도, 맛집 앱, 줄서기 앱 등 많은 플랫폼에 리뷰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별점 낮은 순’ 정렬이 이렇게 애용되는 경우가 없던 것 같다.


리뷰를 해당 항목으로 정렬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별점 5점인 이유는 비슷비슷 하지만 1점인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맛이 없다고 불친절하다고 1점인 경우는 예삿일이다. 휴가 공지 없었는데 헛걸음 했다고 1점, 물 안 줘서 1점, 젓가락이 마음에 안 든다고 1점. 식당을 평가하는 기준에 서비스도 포함되기 마련이니 불친절한 상황을 겪은 것에 대해 낮은 별점을 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불친절 자체가 아닌 ‘내 기분’을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1점이다. 내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이 식당은 망하라는 식이다.


별점이 단순히 평가하는 대상의 호오를 떠나 의사표현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낮은 별점이 진실하다고 여겨지는 이 세상에 ‘별점 테러’라는 현상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악의는 얼마나 진실한 감정일까.


SNS에 꼬투리 잡힌 식당이 올라오면 누리꾼들은 응징의 의미로서 카카오맵에 별점 테러를 한다. 식당의 과오와는 별개다. 어쩔 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해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별점으로 일종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게임처럼 즐긴다. 연예인이 트집 잡힐 일 저지르면 조리돌림하고 사과문 종용하며 그것이 마치 대중의 권리라는 양 구는 이들과 비슷한 심리로 보인다. 정제된 의사 표현이 불가한 사람들이 인스턴트식으로 공격하는 것에 가까운데 직접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열한 수동공격에 가까운 것도 같다. 가 보지도 않은 식당에 1점을 주고, 보지도 않은 영화에 1점을 주고, 테러라는 단어에 맞게 진실성이 아닌 명확한 목적성을 지닌 사보타지다. 비판과 비난이 다르듯 평가와 평가질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구나’의 정신이 부족하고, 자기효능감을 즉각적으로 채워야할 욕구만 가득하다. 그렇게 마음껏 떠벌리고 나면 부디 시원하길 바란다.


다양한 채널로 의사표현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남들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다. 밥 한 끼도 제대로 인정 받고 싶어서, 흔히 하는 말처럼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라는 고민을 모두가 몸소 실천하고 있다. 문제는 그 평가에 진실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을지도 모르며 그렇다면 평가에 휘둘려서야 되겠냐는 말이다. 내 입으로 평가하자. 내 판단으로 발언하자. 쏟아지는 정보 안에서 돌출되는 정보만으로 편히 거르려 하지 말고, 품이 좀 들더라도 비판적인 사고를 하자. 맛집의 낮은 별점을 의심해보는 것에서 출발해보자.


서로에게 친절하게 살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이런 대한민국에 나는 감히 별점을 매길 수 없다. OECD 통계를 별점으로 환산 해놓고 보면 1점도 아까운 꼴찌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평가의 잣대로는 규정할 수 없는 진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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