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때쯤 된 감기가 통 떨어지질 않는다
나이 언젠가부턴가 매년 삼월쯤이 되면 감기에 걸렸다. 몸 건강하고 마음 건강했던 나도 이젠 과거의 나라고 인정해야 하는 건가 싶다. 어리석은 사람은 꼭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게 행복인 줄 안다고,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때처럼 별 스트레스 없이 살던 때가 언제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이때만큼 좋았던 때가 없었지’ 싶은 순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에게 삼월은 과분하다. 시작이 과도하게 많은 시기이다. 낯선 얼굴들, 봄이 되려고 오락가락 요동치는 날씨, 더 늘어난 할 일 … 아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마음이 무겁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삼월이 과분해진 순간부터 삼월마다 연례행사로 몸이 아파오는 것 같다. 내 몸을 짓누르는 것들에 못 이겨 내 몸이, 힘들다고, 살던 대로 살자고, 한겨울의 관성을 잃어가는 나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게 아닐까. 그럼 난 어느 해의 삼월이 되어서야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나.
보통 대충 약 몇 번 지어먹고 나면 금방 잦아드는 게 삼월의 기침인데, 이번 해는 찾아오는 건 귀신같이 제시간 맞춰 찾아오더니 또 가는 건 몸 주인 닮아 귀찮은가 보다. 쏟아 넣는 감기약이랑 싸우느라 너도 얼마나 힘드냐.
코 막혀서 콧물이 질질 나와 책상 앞에 휴지를 쌓아두고, 목은 가래로 잠긴 채로 켈록켈록 기침을 해대는 게 영 좀비 같다. 세상의 시계를 멈춰놓고 짜증나는 알람을 꺼둔 채로 일주일만 몰래 누워 쉬고 싶은데, 딱 일주일이면 신발에 껌딱지처럼 들러붙은 이 감기를 좀 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낫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월요일마다 시작고동을 불며 움직이자니 죽을 맛에 서럽기까지 한다. 상상도 못 할 타이밍에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서 하루에도 기분이 오락가락하다. 와중에도 할 일을 끝내고 새벽에 방에 들어오면, 어젯밤 물에 적셔 침대 맡에 걸어둔 수건이 다시 축축해진 걸 보고 옆방에서 자는 엄마에게 미안해 코끝이 찡해져 온다. 요즘은 작은 자극에도 눈물이 나고 화가 나는 게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 취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떼어질 때쯤 된 감기가 삼월이 다 지나서도 안 사라지는 걸 보니 삼월의 무게는 사월이 돼서도 계속되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