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의 시작은 설렘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차분하고, 조용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마지막 날은 혼자 차분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고 23년의 마지막이자 24년의 시작은 오랜만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했다.
한 해의 끝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때는 이 해가 끝나는 것이 아쉬웠기도 했고, 지옥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같은 시간이고 매일 사는 것도 비슷하기도 하고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11월에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해의 '끝'을 이야기하기보단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12월 31일이라는 기점으로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롭게 다짐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작은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그런 정해놓은 날짜라도 있는 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4년에는 어떤 일들이 나에게 일어날까?
확실한 건 23년을 시작할 때 보다 더 평안했다는 것이고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많았다는 것이다.
2023년.
2023년을 정리하자면 "익숙함을 벗어나기."가 아니었을까.
22년을 내려놓음과 직면이라고 정리했다면 23년은 익숙함을 벗어나기 시작한 한 해였지 않나 싶다. 근 3-4년 동안 익숙하고 고정적인 삶의 모습들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일은 이사를 한 것이었겠지만 사람들도 달라지고, 상황들도 달라지고, 또 내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마냥 어려웠던 일들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고 정리할 줄 알게 되었고, 파르르 하거나 극도로 불안해하는 모습도 없어졌다.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 이렇게 세세하게 느끼게 된 것이겠지만 유독 23년은 마음의 높낮이가 비교적 차분하게 지나온 것 같아 많이 평안했다.
유독 복잡스러운 22년을 지나 안전하고 익숙했던 것들에서 하나둘씩 벗어나기 시작한 23년이었지만 복잡함을 지나온 만큼 때론 단순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걸어 나갈 수 있었던 경험들을 갖고 23년의 마지막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다시 2024년의 지금.
12월의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던 나는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결국 2월로 퇴사가 연기되어 출근하고 있다. 좀 복잡스러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봄을 시작할 때에 나의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마음처럼 안 되는 일들이 생겨서 불안해할 것이고, 걱정도 하겠지만 예전처럼 미리 걱정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받아들이기에 지금 나는 준비되어 있고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하루하루 충실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올 한 해 명확한 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 것임은 틀림이 없고, 잘 먹고 즐겁게 보내보기로 한다. 어떤 일들이 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일들도, 익숙했던 일들도 잘 버무려져 적당히 고생하고, 적당히 고민하고, 그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갖는 내가 되길 기대한다.
익숙한 것들이 희미해지는 만큼 새롭고 즐거운 것들로 또 잘 채워지길 소망해 본다.
아무튼. 2024년 반가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