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 가을을 맞이하고(?) 겨울을 기다리는 요즘.
그동안 취업을 하고 적응하느라 나름 바쁘게 지냈다. 봄을 지나 여름이 거의 끝나가다니 시간이 빠른 것 같아 놀라우면서도 섭섭하지는 않은 걸 보니 나름 충실히 잘 보내온 것 같아 이번 가을과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입사를 하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내 성향들이 튀어나오는 걸 목격하기도 하고, 사람과 환경을 파악하는 속도가 나이에 따라 빨라지는 걸 느끼면서 혼자 허탈하게 웃기도 하고, 10년을 넘게 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아직도 새로운 일들과 과정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기도 하고, 다르지만 익숙한 일과 환경 속에서 적응하려 나름 노력하며 지내다 보니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꾸준히 했던 운동과 쉬면서 추가한 운동 덕분에 쉬는 동안 체력이 부쩍 늘었던지라 사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는데 일을 하면서 운동 2개를 번갈아 가야 하고 강도가 다르다 보니 기진맥진해져서 한동안 고생을 좀 했다. 물론 지금도 다 적응이 된 건 아니지만 지치면 자면 되고, 운동은 그냥 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제발 적응하렴 내 몸아..)
매일 마시는 커피의 양이 늘었고, 저녁만 되면 왜 이렇게 배가 고픈지 먹는 양이 늘어서 난리도 아니다. 일 끝나고 회사 동료들 저녁을 자주 먹기도 했고, 집에 도착하면 기력이 다 빠져서 밖에서 사가지고 들어와서 먹는 음식들이 늘었다. 회사에서 서로 나눠먹는 군것질 거리들도 늘어서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다 달라졌다.
변화되는 환경과 사람들에 흔들리는 나이는 지났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으니 이 상황에 있는 나에게도 시간을 주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빨리 파악하고 이 새로움에 맞춰가는 시간을 갖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렸을 때처럼 불안해하거나 안달 내하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겠다고 생각한다. 익숙해지는 건 명확하니까.
가끔 환경이 한 번씩 뒤바뀌는 시즌이 있는데 나는 유독 그 변화를 힘들어했었다. 안정이 깨지는 것,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에 놓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었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변화들은 누군가에겐 두려움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2024년의 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많이 고마웠다.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던 퇴사와 쉬는 세 달의 시간.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출근 후 적응기간까지. 봄과 여름이 몸은 편했을지언정 머리는 나름 복잡하게 보냈었다. 환경의 변화도 있었지만 심적인 변화도 많았고, 글로 남겨두기 싫은 일들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스스로 방향을 잡고, 지나간 감정을 잘 정리하고, 내 몸을 챙기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것 같아서 참 대견했더랬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고 하지만 흘러갈 때도, 멈춰있을 때도 나에게 기대하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를 가두지 않아서 요즘의 변화 속에서 예전과 다르게 안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나에겐 참 대견한 일이다.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익숙해질 테고, 그동안 끄적거리며 기록해 놓은 것들이 많고, 느꼈던 감정들이 있어서 작가의 서랍은 언제나 지저분하게 남아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풀어내놓는 게 아니라 꾸준히. 글력도 많이 키워지길 바라본다.
복잡하고 결심이 많았던 봄을 지나 여름도 이제 다 지나갔으니 이번 가을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기를 바라본다.
P.S 잘 지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