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오늘만은 머물고 싶어
가지 말라고 붙잡았던 그 날 너는 나를 밀치고라도 그녀의 품으로 가고 싶었던 거야
그녀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르지, 여전히 위로하고 기댈 수 있는 너의 섬이겠지
죽음을 함께한다는 게 샘이 나서 죽을 것만 같아
짧게 널 다 알고 싶진 않아
그저 오늘만은 머물고 싶어
너를 이만큼 알았었던 것과 니가 떠나갔던 날들도 되돌아보면 모두가 잘 된 일이지
경솔했던 나의 삶에 꾸준했던 것이 오직 고통 하나 뿐이었다면 달게 받아야겠지
죽음을 함께한다는 게 샘이 나서 죽을 것만 같아
짧게 널 다 알고 싶진 않아
그저 오늘만은 머물고 싶어
_ 김사월, <그녀의 품>
김사월의 노래가사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고질적인 결핍이 있다. 여러 번이나 거절 당해본, 거절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너무도 솔직히 적어내려간 노랫말이 대부분이라 듣고 있으면 철거중인 담벼락처럼 마음에서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런 말들을 전혀 흐느끼지도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하나씩 내려놓는 음성을 들으면 되려 굉장히 감상적인 기분이 되기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술을 부른다. 그런 쓸쓸한 이야기가 여성 화자의 입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나는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깊은 결핍이 나에게도 있기에, 그 가사들이 나의 결핍을 너무 잘 대변해서 이렇게 울림이 큰 거겠지.
숱한 밤들을 김사월의 노래를 들으며 버텼다. 많은 낮들도. 솔직히 말하면 정말 버티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고, 그런 시간들은 그가 이토록 솔직하게 가사를 적고 노래를 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김사월에 대해서 쓰기가 어려웠다. 너무 많은 기억이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이번 격리에는 [7102]를 많이 들었다. <그녀의 품>은 이번 격리의 주제가였다. 뜬금없이 계속 떠오르는, 힘든 사람이 있어서 내내 그 사람을 원망했고, 때마침 이 노래가 나에게 들어와줬으니까. '너를 이만큼 알았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결국 인정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김사월을 듣고 있으면 이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그다지 나아가지 않아도, 어딘가 부서진 채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나아지겠지만, 오늘만큼은. 조금의 열패감은 괜찮잖아.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격리의 마지막 날, 내가 계속해서 <그녀의 품>을 듣는 것은. 그저 오늘만은 이 기분 속에 머물고 싶으니까. 내 청하 한 병과 함께, 한숨 자고 나도 여전히 일요일일 거고, 한곡 반복 되는 <그녀의 품>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을 거고, 나는 여전히 똑같은 기분일 테니까. 어쩌면 낮은 음가의 그 상태인 게 안전하단 느낌을 주기도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