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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밥’ 하면 엄마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정확한 계량도, 레시피도 없던 시절.엄마는 늘 “적당히 넣어”, “보글보글 끓으면 돼”, “숨 죽을 때까지만 해” 같은 말로 우리 가족의 하루를 끓여냈다.
그 말들은 당시엔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집만의 조리 사전이고,
엄마만의 과학이며,
세월이 만든 손맛의 언어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밥을 떠올릴 때 맛보다 먼저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 맛,
정확히는 재현할 수 없어도 언제든 떠오르는 기억.
밥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관계고,
레시피가 아니라 기억의 감각이라는 걸
엄마의 부엌이 가장 먼저 가르쳐주었다.
〈 조리문화의 감각 인문학 — 숫자 없이도 맛을 만드는 엄마〉
엄마의 주방에는 숫자가 없다.
정확한 계량도, 표준화된 단위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신기할 정도로 정확한 맛을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는 네 개의 조리말이 있다.
적당히, 큼직큼직, 숨이 죽었다, 퍼석퍼석.
레시피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엄마의 손끝에서 이어져 내려온 가장 오래된 조리 언어들이다.
AI 활용
적당히 — 모호함이 아니라 기억의 단위
‘적당히’라는 말은 참 묘하다.
숟가락 몇 스푼인지 말해주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안다.
왜냐하면 적당히는 수학이 아니라 기억에 저장된 맛의 단위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먹어온 우리 집 된장국의 농도,
김치찌개의 얼큰함,
오이무침의 새콤달콤함.
그 기억이 우리 몸에 저장되어,
“적당히 넣어”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는 그 집의 맛을 재현한다.
적당히는 불친절한 말이 아니라 엄마가 자주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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