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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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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Apr 30. 2021

그냥 시작

한국으로 돌아온 지 반년이 넘었고, 독일로 출국한 시점이 일 년이 넘었네요.


독일에서 저는 꽤나 자유로웠습니다.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요. 이것을 한 다음에는 저걸 해야지 하는 계획보다는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무의식이 생각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행동에 옮겨질 수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이 말한 게 바로 실행으로 옮겨져 결과를 낼 수 있어서 자유로웠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스스로 충만한 느낌이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몇 달간은 자유로웠습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그리웠던 동생과 항상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고, 교환 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고, 제가 선택한 일이 즐거워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와서인지, 네 달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선택하지 않은 관계 때문에 힘들어서인지, 저는 또다시 게을러졌고 동시에 완벽주의형 인간이 되었고 일상에서 긴장과 불안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많이 의지하고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 우울함에 빠지면서 매우 힘들었어요. 옆에서 아무리 무슨 짓을 해도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힘들고 비참했습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 그나마 저에게 삶의 지표가 된 것은 뮌헨에서 썼던 일기였습니다. 그때의 생각, 감정, 판단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힘들 때마다 들춰보곤 했어요. 제가 가장 자유로웠던 시기이자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나르시시즘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뮌헨에서의 저를 떠올리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추구하는 사람인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도 노래를 유별나게 잘 부르지도 못합니다. (생각할수록 이 작은 나라에서 매일같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건 항상 신기해요) 물론 그 사람들은 살아온 시간에 비해 그에 투자한 시간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그렇게 시간을 쏟았던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힘들 때마다 기쁠 때마다 돌아온 곳은 일기장이었어요. 정말, 일기만큼은 열심히 썼던 것 같습니다. 유별나게 똑똑하진 않지만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기록은 저에게 힘이 되었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첫 독립생활을 해외에서 하게 되어 계획한 것보다 엉성했습니다. 일상적인 엉성함 외에도 표현하는 법을 몰라 말과 행동에서 미숙함만 잔뜩 묻어났던 날들, 마음속이 간지러워지는 설렘을 느끼는 동시에 슬픔에 눈물 흘리던 날들, 그리고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사랑을 발견한 날들.


뮌헨에서 지내면서, 각자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묻고 고민을 하던 주체는 저였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고민은 삶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글의 힘이 바로 이것일 것 같아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 저 스스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글 쓰는 이유가 충분할 것이며, 제가 쓰는 글이 휴대폰 화면 너머 노트북 화면 너머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가 된다면, 누군가 현재 갖고 있는 고민에 새로운 문을 열고, 용기가 될 수 있다면 저의 작은 프로젝트는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목적

1. 성찰하면서 나로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

2. 구독자 분들께 힘이 될 것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스스로 하는 다짐.

1. 미루지 않고 지금 바로 할 것

2.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을 것

3. 초심에서 생각한 끝까지 해 볼 것


우울감은 전파가 쉬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긍정성이나 행복이 그보다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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