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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Jun 15. 2022

'자컨'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

'고잉셉특급' 리뷰

기존 대중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어떤 콘텐츠를 시청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를 얻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만든 프로그램과 정해진 편성표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었고 신문과 뉴스를 구독할 때 어떤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발행했는지만 고려했던 것은 과거의 이야기다. 현재 우리는 언제든지 유튜브로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을 골라 볼 수 있고 뉴스레터를 통해 나의 관심사를 기준으로 최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약 33%를 차지한 MZ세대는 특별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뉴미디어가 선물한 자유를 능숙하게 사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아간다. 콘텐츠 기획자 입장에서 이는 양날의 검이다. 관심사가 일치한다면 먼저 다가와 기꺼이 소비자가 되어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콘텐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파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곤고해진 소비자의 장벽을 뚫고 콘텐츠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더 많은 새로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것. 이를 위해 내용 관련 키워드를 모두 넣어 길어진 제목이나 다양한 해시태그로 범벅된 글은 이제 어느 소셜미디어든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뉴미디어 생태계의 장단점을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케이팝 아이돌 신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일명 '자체콘텐츠'다. 아이돌 신에서 '자체콘텐츠'란, 아이돌을 메인 출연자로 진행하는 콘텐츠로, 일반적으로 소속사 등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뉴미디어를 통해 공개한다.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 같은 아이돌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부터 레거시 미디어와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예능 콘텐츠까지 자체콘텐츠의 다양성과 규모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자체콘텐츠에서 볼 수 있는 아이돌의 다채로운 매력은 팬덤을 더욱 곤고하게 만들고 팬들이 제작하는 2차 창작물은 팬덤 내 또 다른 즐길거리가 된다. 그러나 확장을 거듭하는 자체콘텐츠 세계에도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해당 아이돌 팬 또는 최소 케이팝 아이돌 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시청층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레거시 미디어와 손을 잡거나 유튜브 내 다른 인기 채널과 콜라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은 'IN THE SOOP'은 JTBC 방영과 위버스 샵 VOD 판매를 함께 진행했으며, 방탄소년단의 자체콘텐츠 '달려라 방탄'은 나영석 사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의 웹 예능 '출장 십오야'와 콜라보편 '출장 십오야X달려라 방탄'을 제작해 현재까지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초강력 국가대표 부심장 13명이 모였다 당신의 심장을 강타할 토크 배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문명특급 EP.248]


지난달 19일 세븐틴의 자체콘텐츠 '고잉세븐틴'과 SBS에서 제작하는 웹 예능 '문명특급'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제목은 세븐틴이 작년 'Rock with you'로 컴백하며 홍보차 '문명특급'에 출연했을 때 리더 에스쿱스의 콜라보 제안에 우지가 말한 "고잉셉특급?"이 그대로 쳬택되어 '고잉셉특급'. '고잉셉특급' 1부는 '문명특급'에서, 2부는 '고잉세븐틴'에서 각각 제작 및 송출을 맡았다. 두 채널에서 공개된 1부, 2부 영상은 모두 조회수 100만을 가뿐히 넘기며 두 채널의 인기를 증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잉셉특급' 방영 당시 두 채널의 신규 구독자 수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추이를 분석하는 'SOCIAL BLADE'의 통계에 따르면 '고잉셉특급' 1부 첫 영상이 '문명특급'에 업로드됐던 5월 셋째 주 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만 명 증가했고, 1부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된 5월 넷째 주에는 4만 명이, 2부 영상이 업로드된 6월 첫째 주에 또다시 4만 명이 증가했다. 이는 '문명특급'을 통해 세븐틴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세븐틴 유튜브 채널에 구독 버튼을 누르며 그들을 향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음을 증명한다. '문명특급' 채널 또한 1부 첫 영상이 업로드된 주에 구독자 수 만 명 증가라는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었다.


[GOING SEVENTEEN SPECIAL] 고잉셉특급 :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콘텐츠를 찾아라 (GOING SVT X MMTG)


'고잉셉특급' 1부는 SBS 옛날 예능 '강심장'을 모티브로 한 '부심장'을 기본 콘셉트로 '에스쿱스의 도전', '재심만만' 등 옛날 예능의 포맷을 빌려 퀴즈쇼가 진행되었고, 2부는 '고잉세븐틴'에 재재가 게스트로 참여한 형태로 '고잉세븐틴'의 인기 콘텐츠 '불면제로', '논리나잇', '돈라이'를 체험하며 어떤 콘텐츠가 가장 재재의 심장을 뛰게 하는지 대결하는 일종의 콘텐츠 쇼를 진행했다. 2부 콘텐츠 쇼는 게스트 재재를 위한 '고잉세븐틴' 콘텐츠 체험인 동시에 '고잉세븐틴'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시청자의 '고잉세븐틴' 체험이기도 하다. '고잉세븐틴'은 낯설지언정 재재에게는 익숙함을 넘어선 친근함마저 느끼는 시청자들은 자신과 같은 첫 손님의 입장으로 '고잉세븐틴'에 방문한 재재를 통해 '고잉세븐틴'의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맛볼 수 있고, 내용이 전혀 다른 3가지 콘텐츠를 즐기며 한 가지라도 만족함을 느낀 시청자는 세븐틴 채널 내의 오리지널 '불면제로', '논리나잇', '돈라이' 콘텐츠를 찾아 즐기며 '고잉세븐틴' 세계를 탐방할 것이다. '고잉세븐틴' 팀에서 준비한 2부는 '고잉셉특급'을 통해 세븐틴 채널을 방문했지만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미지수인 시청자들이 단 한 번의 기회로 '고잉세븐틴'을 맛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문명특급'과 '고잉세븐틴'의 만남은 단순히 두 콘텐츠의 만남을 넘어서 '문명특급'의 구독자(팬), 문명인들과 세븐틴의 팬덤 캐럿이 각자의 세계를 넓힐 기회를 열었다. K-팝,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가 시청자가 될 수 있는,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낮은 '문명특급'에 비해 세븐틴의 자체콘텐츠 '고잉세븐틴'은 타 아이돌의 자체콘텐츠에 비해 팬덤의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럿, 최소 K-팝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 시청층이 된다는 점에서 자체콘텐츠가 가진 한계를 여전히 보유했다. 하지만 이번 '고잉셉특급' 1부 콘텐츠를 통해 세븐틴에게 관심이 생긴 문명인들은 2부를 보기 위해 고잉세븐틴이 업로드되는 세븐틴 채널을 방문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기회를 얻었고 '고잉세븐틴'의 성공적인 배려로 구독 버튼을 누르며 확장된 세계를 받아들였다. '문명특급'과 '고잉세븐틴'의 성공적인 만남, '고잉셉특급'은 주 소비층은 팬덤이라는 아이돌 자체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한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대중을 초대할 때 초대장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초대된 대중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고잉셉특급'은 가장 성공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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