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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Sep 27. 2022

신청곡

노래로 기억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친구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10X10(텐바이텐)'에 들어갔다가 '히치하이커'라는 감성 잡지를 알게 되었다. 격월로 발행된다는 이 잡지의 다음 주제가 요즘 부쩍 관심도가 높아진 음악, '신청곡'이라서 그리고 마침 고객 에디터를 모집하고 있어서 큰 고민 없이 글을 적어 보냈다. 아직 실물 잡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미리보기로 확인한 기고글이 조금 요약되어 있길래 나의 지적재산권이 처음으로 출판물이 된 것을 기념 삼아 원본을 올리기로 했다.




"신청곡 있으신가요?"


워크숍을 가는 차 안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차 안의 공기를 즐겁게 만들어보고자 DJ를 자처했지만 아무도 신청곡을 말하지 않자 고민에 빠졌다. 정적이 길어져 황급히 어플의 플레이리스트를 훑어보았지만 모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듣고 싶은 곡이 정말 없는지 몇 번 더 물어본 후에야 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곡을 조금은 쑥스러운 마음으로 재생했다. 


최근에 많이 듣는 곡, 빠져있는 곡은 나의 상황과 기분을 비춘다. 내가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어플은 연도와 월을 선택하면 그 시기의 내가 많이 들은 곡의 1위부터 100위까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별 플레이리스트를 보다 보면 곡에 담긴 기억도 함께 재생된다. 친구에게 베이스를 배우던 시기에는 연습곡들이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한창 조깅을 했을 때는 심장을 뛰게 할 신나는 아이돌 댄스곡들이 주를 이뤘다. 연도를 좀 더 예전으로 옮기자 좋아했던 인디밴드 콘서트의 세트리스트를 열심히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때로는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은 '나'를 담는다. "요즘 많이 듣는 노래가 뭐야?"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상황별, 기분별 플레이리스트 뒤로 숨는 이유다. 하지만 숨고 싶은 날이 있으면 찾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때의 '나'를 찾고 싶은 날에 내가 헤매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나'를 담은 곡을 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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