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쨍한 날이었다. 가족 모두 아빠 차를 타고 커다란 입구 앞에서 캐리어와 함께 내렸다.
입구에는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중앙경찰학교”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까지 데려다줄까?”라는 가족들의 말을 거절하고 혼자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커다란 건물도 한 두 개가 아니었고 생활실까지는 정말 멀었고 언덕도 높았다.
선선했던 5월, 봄이었지만 등에 땀이 흘렀다. 차로 위에까지 가달라고 할 걸이란 후회가 잠시 들었지만 이렇게 넓고 큰 조직 안에 내가 드디어 소속된 것에 하늘에 감사했다.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하지만 설렘을 더 많이 가진 채 내가 배정된 생활실을 들어갔다.
318호. 머리를 질끈 묶은 앳된 친구가 책상에 앉아 밝게 “안녕하세요”라 인사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 성격, 사는 곳 각기 달랐지만 꿈이 같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인 우리는 그 안에서 나름의 사람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법 공부, 운전, 사격, 무도까지 해야 할 일들과 시험 스트레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까지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운동장을 돌고 청소하고 수업받고 또 취침 때 점호 모든 게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 친구들이 있어 버틴 거 같다.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나였지만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그 친구들과 카톡 하고 하소연했고, 여행도 다니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행복했다. 모든 것을 가진 느낌이었다. 사람이 고팠고 친구가 그리웠던 날 동기들이 채워주었다.
문득 퇴직을 결정한 후, 핸드폰 친구 목록을 보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 인맥이 직장 사람들이었다. 공부를 하다 만난 친구, 스터디를 하다 만난 친구, 중앙경찰학교 동기들.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 퇴직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퇴직 후 내 견고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흔들릴까 봐 무서웠다.
서로 가는 길이 너무도 달라져 버렸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