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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촉발 노란초 Nov 28. 2019

인간과의 불안한 공존, 로봇

정리했던 기술트랜드 2019 시리즈 1. 인간과의 불안한 공존, 로봇

왜 이 주제에 주목해야 할까? 


무인 마트로 설계된 아마존 고(Amazon Go)부터 테슬라의 무인공장 시스템까지 로봇의 사용대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부족과 부의 불평등 분배 문제의 원인을 로봇에서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과 센서 등 하드웨어 기술이 발달되면서 우리 곁에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도 그러한 인식을 확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인류를 어떻게 구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논의도 진행이 가파르게 되고 있는 상황. 우리가 향유하던 모든 일상의 변화가 로봇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1) 로봇이란?

인간보다 강력한 몸을 가진 거대로봇에 대한 로망은 매우 먼 과거부터 있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청동거인이다. 제우스가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선물한 이 최초로 기록된 로봇은 크레타 섬의 방어를 위해 하루 세번 섬을 돌면서 무단 접근하는 배들에게 바위를 집어 던지고 상륙하려는 사람들을 불타는 몸으로 껴안아 죽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과거부터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과 유사한 모습에 더 강력한 무엇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1920년 체크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로섬의 만능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에서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강요된 노동” 또는 “농노”를 의미하는 체코어인 ‘Robota’에서 고안된 이 단어는 종합하면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할 것을 강요받는 존재”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로봇이라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시작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실체화된 것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인위적인 창조물”을 말하는 것이다.


로봇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코 짧지 않다. 로봇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거의 100년이 되었고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은 1950년 대에 시작되었다. 1954년, 미국의 발명가 George Devol에 의해 최초의 로봇 관련 특허(1961년 등록 완료)가 출원되었고, 1956년에는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Joseph F. Engelberger와 George Devol이 최초의 로봇 회사인 Unimation을 설립했다. 그리고 1961년에는 Programmable Transfer Machines란 명칭을 가진 Unimation의 산업용 로봇이 미국 GM 공장에 설치되면서 로봇에 의한 생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로봇이지만, 산업 현장 밖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과학소설이나 SF 영화에 등장하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로봇은 일반 대중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다. 마찬가지로 로봇 관련 기술도 대중의 상상력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상태를 지속했다.


하지만 점점 동반자개념의 로봇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로봇이 인간을 보조하는 것에서 대체하거나 함께 생활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로봇기본법을 다루고 있는 EU RoboLaw Project에서는 이런 광범위한 로봇개념에 자율주행자동차, 컴퓨터 통합 수술시스템, 로봇 인공기관 등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 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로봇산업의 떠오르는 기회, 전문서비스 로봇


이렇게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유는 그 상상 속의 로봇이 현실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 내에서 묵묵한 일꾼으로 남아있다가, 이제는 산업 현장 밖으로 사람들의 일상사 속으로 청소 로봇, 반려용 로봇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쟁의 현장에서는 무인 비행기들이 활약하고 있고 재난의 현장에는 로봇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원전 처리에도 로봇이 동원되었다. 구글이 시현해 보였던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이미 실리콘 밸리에서 운행되고 있고, 아마존은 무인 비행기로 배달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구글은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계속 로봇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로봇의 저변 확대는 2000년대 로봇 시장의 변화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00년대 초반, 전체 시장의 1/8에 불과하던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16년경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로봇이 성큼 우리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은,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기술들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수 년 전부터 일반 가정에서는 로봇 청소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군대에서는 폭탄 제거 등 위험한 작업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인명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재해 현장과 원전 사고 현장에는 세계 각국의 탐색용 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노인들에게 반려 동물의 역할을 대신하는 물개를 닮은 귀여운 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SF 영화에서는 최신 기술에 기반을 둔 강화형 외골격(Powered Exoskeleton) 체계를 착용한 주인공들이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로봇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로봇 연구의 촉진이나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 목적을 둔 정부나 기업 경영진들이 관심을 가졌던 반면,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로봇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로봇 시장의 변화는 로봇 분야별 시장 수요를 통해 잘 드러난다.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한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3년에 전체 시장의 14.2%에 불과하던 서비스 로봇 분야는 2016년 기준 73억달러로 전체 시장의 35.8%를 차지하고 있다. 맥쿼리에서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연평균 32%씩 성장하여 2025년 1,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저출산/고령화, 삶의 질 향상 추구 등 사회적 요인들이 서비스 로봇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기 술 발전, 초고속 통신의 보편화, 클라우드/빅데이터 보급 등 IT기술 발전(기술적 요인)에 따른 로봇 성능향상 과 가격 인하는 서비스 로봇의 확산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 로봇시장은 의료, 물류, 재활, 군사 등을 포함하는 전문/상업용 서비스 로봇(Professional Service Robot)과 안내, 청소,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대표되는 가정/개인용 서비스 로봇(Personal/domestic Service Robot)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출하량 측면에서는 가정/개인용 서비스 로봇이 압도적이나, 대당 단가를 감안한 시장 규모로는 전문용(47억달러, 2016년 기준) 시장이 가정/개인용(26억달러)의 두 배 정도에 해당한다.


전문 서비스 로봇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의료와 물류 분야이다. 우선, 의료로봇은 수술, 재활, 약국, 기타 로봇으로 나누어지는데, 수술로봇(7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술 로봇은 수술의 정확도가 높고 수출의 합병증이 낮다는 점에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또한, 원격수술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로 주목 받고 있어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수술로봇 시장은 로봇수술 플랫폼인 ‘다빈치(da Vinci)’를 보유한 Intuitive Surgical이 독식하고 있다. 또한, 물류 분야는 E-Commerce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로봇 채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로봇이란 물류센터 창고에서 사용되는 로봇으로 아마존 로보틱스의 키바가 대표적이다. 실제 아마존이 물류 로봇 도입을 통해 운용비용을 20% 절감한 바 있어 동종 내 물류 로봇이 경쟁적으로 도입되는 양상이다. 더불어 한정된 장소 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동화하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시장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로봇시장은 아마존 로보틱스가 모회사인 아마존 납품을 통해서 초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캐나다·인도·중국 스타트업들이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소셜로봇 파이보 (출처 : 와디즈)


한편, 가정/개인 서비스용 로봇 분야에서는 인간과의 대화는 물론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소셜 로봇 (Social Robot)이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청소 로봇이 개인 서비스용 로봇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의료 및 가사지원 등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한편, 다양한 감성 인지 기능을 바탕으로 인간과 적극 소통하는 소셜로봇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사랑을 가진 로봇(愛を持つたロボット)’라는 비전 아래 자체 개발한 감정 로봇 ‘페퍼(pepper)’를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페퍼는 각종 시각·청각·촉각 등의 센서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고 클라우드로 연결된 감정 엔진을 통해 감정을 분석해 인간과 소통한다. 페퍼는 일본 내 소프트뱅크 대리점을 비롯해 미즈호 은행, 네슬레 등 서비스 현장에 배치돼 사람들의 심심함을 달래주고 영업을 도와준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욘드버벌(Beyond Verbal)’은 40개 언어 250만개 이상의 ‘감정 태그가 붙은 음성’을 축적했다. 비욘드버벌의 기술은 말의 내용과 맥락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 억양·어조 등을 분석해 불안, 흥분, 분노 등 감정을 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목소리만으로 사람 몸 상태를 파악하는 서비스 ‘무디즈(Moodies)’를 개발했으며 지난 6월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개발자용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도 내놨다. 이 회사의 기술이 고도화하면 인공지능 스피커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콜센터 등 서비스 업계에서 사용자나 환자, 고객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이 밖에 MIT의 ‘지보(Jibo)’, 블루프로그로보틱스의 ‘버디(Buddy)’, 인젠다이나믹스의 ‘아이도(Aido)’, 아수스의 ‘젠보(Zenbo)’, 세그웨이와 인텔의 ‘루모(Loomo)’, IPL의 ‘아이지니(IJini)’ 등이 대표적인 소셜 봇들이다. 샤프의 ‘로보혼(RoboHon)’, 다카라토미와 NTT도코모의 오하나스(OHaNAS), 유니로봇의 ‘유니보(Unibo)’, 브이스톤의 ‘소타(Sota)’, 아카인텔리전스의 '뮤지오(Musio)'도 소셜 로봇으로 분류된다. 
 
 특수한 기능을 갖춘 소셜 로봇도 있다. ‘마일로(Milo)’, ‘레카(Leka)’, ‘다윈-OP2’ 등은 자폐아동의 사회성을 키워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기술 방향을 보면, 현대인들이 인간과 교감하고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 반려자(Companion) 로봇은 고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봇에게서 위안을 받는 인간들, 인간종 또한 새로운 도약 또는 새로운 종으로 변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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