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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Mar 22. 2022

초등학생 자녀를 위한 양육방식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가 주로 이야기하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첫째는 부유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어떤 경제적 선택을 할 것인가이다. 주로 부동산, 주식, 예금, 보험 등 부부 사이에 늘 고민하고 계획하는 이야깃거리다. 둘째는 자녀의 양육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 아이에게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교육 방식이 무엇인지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주제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주제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이 주제들은 서로 얽혀있고, 때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우선순위를 따지다 자칫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민감한 이야깃거리다. 알고 보면 가정의 경제적 선택과 양육방식의 결정 추구하는 목적 같다.


그 목적은 가정의 행복이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돈을 벌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양육방식을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양육방식을 선택할 때 자녀의 경제적 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 나의 자녀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데 유리한 양육방식과 교육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자녀의 행복한 삶'이라는 목적지를 향한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양육 방식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이런 부모의 고민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는 다양한 양육방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입학하게 될 학교에서 행복해하는 내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며 상상의 길도 미리 살펴봐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10년 후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환경에서 지낼지 미리 그려보고 현재 양육 방식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10년 후에는 현재보다 초등학생 수가 급감한다. 2020년 이후 10년간 20만 명대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대략 25만*6=150만 명 정도의 학생이 10년 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일 것이다. 2021년 기준 초등학생 수가 약 267만 명이므로 10년 후에는 초등학생이 100만 명 이상 줄어들게 된다. 초등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에 재수생을 포함하여 50만 명이 대학입시를 치렀다면 10년 뒤에는 40만 명 대로 내려가게 되고, 또 20년 뒤에는 30만 명 대로 내려간다.


청소년기에 입시지옥을 겪은 부모세대라면 치열한 입시 과정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것이다. 다만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 아이들을 입시경쟁으로 내몰게 할 뿐이다. 지금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입시경쟁을 떠올리면 아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

두 사람이 캠핑을 하다가 돌진하는 곰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서둘러 신발끈을 단단히 묶었다.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곰보다 빨리 뛸 수는 없어." 그러자 신발끈을 묶은 사람이 대답했다.
"곰보다 빨리 뛸 필요는 없어. 너보다만 빨리 뛰면 돼."


지금까지 대학입시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기이한 형태를 이어왔다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부모세대가 겪지 못한... 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요즘 조금은 낙관적인 소식이 들리곤 한다. 입시에 성공하여 미래가 보장되던 과거 사례가 지금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산업의 변화를 보나 우리나라 인구구조로 보나 지금의 어린 자녀의 교육방식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과도기인 것 같다. 아직 입시의 강력한 영향력이 존재하고, 명문대 입학은 그나마 괜찮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문대학은 소수의 아이들에게만 열려 있다는 점이다. 그 치열한 경쟁에 아이들을 내몰지 않아도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부모의 확신이 아직은 부족한 듯하다.


버클리 교수 다이애나 바움린드는 양육방식에 대한 연구(1967)에서 현재까지 널리 통용되는 4가지 양육방식을 제시했다. 독재형 양육, 허용형 양육, 권위형 양육, 무관심(방임)형 양육의 4가지 방식으로 구분했다. 이중 무관심형 양육은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라 제외하고 3가지 양육 방식의 차이를 잠깐 살펴보겠다.


독재적 양육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무지막지하게 입시를 강요했던 걸 떠올리면 딱 맞다. 허용형 양육의 대표적인 나라는 핀란드이다. 아이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는 양육방식이다. 권위형 양육은 민주적 양육 방식이라고도 해석되는데, 독재형 양육 방식처럼 금지와 강요를 통해 아이를 통제하기보다 설득을 통해 아이가 납득하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양육 방식이다. 언뜻 권위형 양육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각 양육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권위형 양육은 민주적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지만 집약적 양육 형태로 부모는 아이에게 상당히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집약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자칫 아이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게 될 수도 있다.(민주적으로...) 허용형 양육 방식은 아이의 어떠한 선택도 존중하지만 아이가 무질서에 빠질 수 있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언론에 종종 아이가 식당에서 소란을 피워도 그냥 두는 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이 있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허용은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마티아스 도프케와 파브리지오 질리보티의 저서 "기울어진 교육(2019)"에서 부모의 양육 방식 선택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 저자들은 양육 방식이 정치, 경제, 문화와 연관돼있다고 보았는데, 특히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과 양육 방식의 선택이 상관관계가 있고,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높은 나라에서 부모들은 허용형에서 멀어지고 독재형 또는 권위형에 가까워진다고 보았다.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높다는 말은 학력이 더 높은 노동자가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이 높았다. 우리나라에서 독재형 부모가 득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일일이 살피면서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독재형 양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독재형 양육으로 자녀가 입시에는 성공하더라도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 부모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올바른 태도를 심어주는 것인데, 이것은 권위형 양육의 특징이다.

한 가지 양육방식의 집착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권위형 양육이 절대적이라며 끊임 없는 동기부여와 좋은 태도를 지속적으로 심어주며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면 자녀의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허용적이면서 권위형 양육 방식이 부모의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에필로그>

"기울어진 교육" 마지막 챕터에서 또 하나의 핵심을 발견했다.

오늘날의 아빠들은 양육의 부담이 남녀 간에 더 평등하게 분담되어온 추세 덕분에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보다 아이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자녀 양육은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절반은(또는 그 이상) 아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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