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 온라인 교실이 한꺼번에 열렸습니다.
학생들은 디지털 세상의 온라인 교실에 등교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는 상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교실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당연합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부랴부랴 온라인 개학을 했으니까요. 준비 안된 온라인 수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불만스럽습니다. 교사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부담감과 준비 과정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학생은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학생들은 온라인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다양한 곳을 떠돌아다니는 학생들이 참 많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온라인 게임, SNS, 유튜브 등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온라인 교실이 오히려 낯선 곳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디지털 세상으로 학교가 불쑥 들어왔으니까요. 학생들은 이제 꼼짝없이 온라인 교실에 머무르며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죠.
학생들은 온라인 교실에서 선생님의 존재에 신경 쓸까요? 안타깝게도 현재의 온라인 교실에서 선생님의 존재는 미미합니다. 온라인 교실 자체가 급조된 임시 교실이라 현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원격수업을 실행하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온라인 수업은 교육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필수가 된 교육현장에 에듀테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에듀테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한 교육방법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새로운 용어의 등장을 반기는 편은 아니지만 에듀테크라는 말은 앞으로 자주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신문기사에서도 에듀테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에는 원격의료와 에듀테크를 국가가 육성하고 발굴할 산업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에듀테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업 동력이 된다면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경제논리에 교육이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연합뉴스 2020. 4. 26 기사>
기존의 이러닝의 한계를 넘어 교육혁신을 꿈꾸는 에듀테크는 코로나 19 이후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언론에서는 에듀테크가 이러닝 수업을 교육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온라인 교실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을 즈음 인터넷이 교실에 막 등장했습니다. 그 당시 ICT 기술이 교수학습을 혁신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교육현장에서 시작될 때였습니다. 하지만 마우스 클릭만 하는 교사의 행태에 날 선 비판이 쏟아지면서 인터넷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교사를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면에서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함께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기술에 종속되지 말자는 다짐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다시 교육과 신기술 접목에 대한 열망을 품게 했습니다. 제가 교실에 처음 스마트 기기를 들고 왔을 때 학생들이 열광했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의 투입에 비해 교육 효과가 낮다는 점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1년 이후 불었던 스마트 교육의 유행을 얼마 안 있어 잠재웠으니까요.
이번에도 에듀테크는 교육에 잠시 머물다 가는 유행에 불과할까요?
좀 섬뜩한 말이 될 수 있지만 현실 세계는 디지털 세상으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이미 디지털 안과 밖의 세상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점점 디지털 세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1999)처럼 현실과 디지털 세상을 구분 짓기 어려운 미래 세계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 속의 장면은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특히 매트릭스에서 인간의 두뇌가 온라인 네트워크와 동기화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인공신경망 연구를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구 방향이 영화의 장면과 일치합니다. 인간의 두뇌가 네트워크에 연결이 될 때 특이점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레이 커즈와일("특이점이 온다". 2005)은 2045년이 특이점의 시기라고 봤습니다. "인공지능의 미래(2016)"의 저자 제리 카플란은 이 주장을 비관적으로 봤습니다. 특이점이 올 시기가 가깝지 않다는 제리 카플란의 주장이 더 신빙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학습 노력이 필요 없게 되는 영화 속 모습을 에듀테크로 상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에듀테크는 인공지능을 적용해서 학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발전할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개학의 경험은 에듀테크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의 도우미 역할은 에듀테크의 첫 번째 임무가 될게 분명합니다.
코로나 19 이후에 온라인 수업과 교실수업을 병행하는 교육현장 모습을 상상하면서 애듀테크의 역할을 살펴볼까요? 초등 19년째 교사의 시각으로 가까운 미래의 초등학교 모습을 그려보겠습니다.
일단 교사는 여전히 바쁩니다. 온라인 수업과 교실 수업 준비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인공지능이 적용된 온라인 수업 플랫폼 덕분에 수업 준비 시간이 적어졌지만, 학생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과 인공지능 피드백 기술은 온라인 상에서 학습 성과를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사는 교실에서 이전보다 챙겨야 할게 더 많아졌습니다. 온라인 수업 연계 수업을 진행하고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 활동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상담과 보충 지도를 해야 합니다. 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챙겨야 합니다. 학생의 프로젝트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수준별 학습에 따른 학생의 학습 편차를 보완하는 수업 전략도 세워야 합니다. 온라인 교실의 생활지도를 병행해야 합니다. 온라인 학습에 대한 학부모 의견과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합니다.
온라인 연계 수업은 교사의 역할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게 분명하기 때문에 여전히 교사는 분주해질 겁니다. 온라인 연계 수업에서 에듀테크의 역할은 온라인 수업 콘텐츠 적용과 학생의 학습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도로 제한적일 겁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에듀테크는 학생의 온라인 학습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온-오프라인 전체 학습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매트릭스 영화를 떠올리면 안 됩니다. 아직은 인공지능이 학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는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에듀테크는 교사의 자리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교사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에듀테크가 줄 수 있는 도움을 뿌리치면 교사는 디지털 세상에서 학생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는 디지털 세상 밖에만 머물면 안 됩니다. 이제 디지털 세상의 온라인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야 하니까요.
<에필로그>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원격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원격 수업은 방송, 인터넷을 포함한 원거리 통신을 활용한 수업 방식으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수업을 포함합니다. 현재 초등 저학년 학생은 주로 텔레비전 교육방송 시청으로 온라인 수업이 아닌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는 '원격수업'으로 통일해서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수업이 대상이 되어 원격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요즘 많은 선생님들이 디지털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세상이 변하고 있는걸요. 사실 이 글은 디지털 세상 밖의 교사가 디지털 세상을 이해하고 학생들과 소통해서 나름 교사의 온라인 수업 전략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