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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Feb 15. 2021

선생님은 어디에 투자하세요?

흔들리는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

사람은 자신의 부를 키우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저와 같이 한정된 임금을 받는 사람은 월급으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경제적 자유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경제적 자유는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삶을 의미하는데요. 나를 둘러싼 현실과 경제적 신념을 고려해서 부자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5억이면 충분하고, 누군가에게는 50억 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의 열망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꿈은 자본주의의 미덕인걸요.


저도 한때 경제적 자유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매진한 적이 있습니다. 어설프게 주변 지인의 말만 믿고 도시형 생활주택 두 채를 분양받았는데요, 잘못된 투자라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에 늦었습니다. 2년간 잔금을 치르면서 저의 무지를 자학하며 반드시 이기는 투자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토지, 경매, 수익형 부동산 등을 몸으로 부딪히면서 실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부동산사무소를 들락거리고 장거리 답사, 그리고 인터넷 자료를 분석한 포트폴리오까지 작성하며 부동산 투자 서적도 30~40권 독파하고 나니까 전문가가 된 느낌에 젖어들었습니다. 저는 경제적 자유를 얻었을까요?


투자 결과를 들여다보면 큰 손해를 본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수익을 낸 것도 아니죠. 흔히 말하는 부동산을 팔지도 못하고 묶여 있는 상태가 된 거죠. 부동산 특성상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이 실현된다는 점에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공들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자유가 멀어졌다는 생각에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언가 제 자리를 벗어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40대 초반 4년여 동안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쌓인 자신감은 이전에 학교에서 갖고 있던 자신감과 사뭇 달랐습니다. 부동산 투자가 머릿속에 자리잡기 전에 교육 설계와 미디어교육의 방법을 고민했던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내가 연구한 교육방법을 실행하면 더 다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요. 그즈음 투자에 대한 공부와 자신감이 교육적 자신감을 밀어냈던 것입니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한 걸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투자자의 모습이었나?'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삶의 목적과 행복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지 않나요?

돈... 중요합니다. 꼭 필요하지만 많을수록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기에 풍족하지는 않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돈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으니까요! 이제 경제적 자유 이후의 삶을 살면 되는 거죠.


요즘 선생님들이 모이면 주요 화제는 주식과 부동산입니다. 서로 주식과 부동산 투자의견을 쏟아냅니다. 자신의 투자 결과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후회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한편 주식 열풍 때문인지 많은 선생님들이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서적과 투자전문가 유튜브를 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문제는 선생님의 정신에너지가 투자에 대한 생각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는 점입니다.

수업시간에도 종종 투자생각이 끼어드는데도요. 주식투자에 대한 몰입은 강력합니다. 피드백이 바로 오기 때문이죠. 상한가를 보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하한가를 맞으면 극도의 불안이 엄습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에너지는 '시간'뿐인데요. 사람들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소모하며 정해진 삶의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을 잃었을 때에야 절박하게 깨닫습니다. 선생님이 투자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은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을 대체합니다. 정말 둘 다 잘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경제적 자유에 대한 기준을 내가 원하는 행복으로 구체화하면 어떨까요?

경제적 자유의 기준이 타인이 된다면 내 시간을 타인의 행복에 맞추는 꼴이니까요. 내 지인이 성공한 투자로 50억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면 나도 50억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쓴다고 행복해질까요? 선생님이 행복해질 수 있는 투자 가치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저는 15년)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교육활동에서 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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