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와 시간
저온화상
최근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미국에서 매년 1600명의 전기장판 화상(화재)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심사자의 질문도 내 답변도 모두 틀린 것이었다. 어쩌면 미국산 히팅패드에 대한 한국 교민의 견해도 틀렸을 수도 있다.
전기 장판(electonic heating pad)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를 최근에 읽고나서 45도 미만이라는 온도가 백퍼센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45도의 온도라 하더라도 여러가지 다른 조건이 추가되면 접촉 부위의 온도가 시간이 지날 수록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가 제안하는 건 세가지다.
1. 전기 장판을 켜놓고 자지 말 것. (접촉 시간이 길어진다)
2. 전기 장판의 양쪽 면을 다 싸지 말 것.(전기 장판 위에 담요를 덮으면 표면 온도를 더 올린다)
3. 부적절한 사람(아이, 감각이상이 있는 사람, 신경학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 알콜 복용후)이 사용하지 말 것.
저온화상이 꼭 전기장판이나 핫팩에 국한된 얘기인 것만은 아니다.
"이게 화상이 맞나요?"
10개월된 아기의 엄마가 오른쪽 다리의 상처를 보여주며 내게 물었다. 상처를 보고 화상인 걸 아는 게 아니고 보호자나 환자에게서 다친 경위를 듣고 나서야 화상이라고 진단한다는 원칙적인 대답을 해줬다. 물론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오백원 짜리 동전 두 개 정도 크기의 물집이 벗겨진 상처는 화상 상처처럼 보였다. 상처 바닥이 얼룩덜룩한 양상인 걸 봐서는 깊은 상처일 가능성이 많았다.
"화상 상처처럼 보여요. 혹시 의심가는 게 없나요?"
상처치료를 끝내고 보호자에게 물었다. 보호자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
"사흘 전에 아기를 업고 동네 분식집에서 오뎅과 떡볶이를 산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일어나더니 어깨에 가방을 메는 시늉을 했다. 가방의 바닥이 아이 다리의 상처에 닿았다. 가방에 음식을 넣었다면 아이의 다리에 오랫동안 닿아 있었을 것이다. 분식집에서 집으로 가는데 걸린 시간이 십 분 정도. 걸어가는 중에 식어서 식었다고 해도 화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아이는 두 달 넘게 치료해서 나았다.
핫팩과 전기장판이 아니더라도 조건(45도이상의 접촉온도와 수분 이상의 접촉시간)이 되면 저온 화상이 발생한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
(저온화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