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온도와 시간

by 생각의 변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상을 입었을 때 적절한 응급처치는 상처 부위에 흐르는 차가운 물을 20-30분 정도 뿌리는 것이다. 계절적으로 차이가 심하지만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온도는 한 여름을 제외하면 25도 미만이고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15도 정도이다.


2월에 측정한 수돗물 온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온도가 15-20도 이긴 하지만 어차피 수돗물의 온도를 재보고 응급처치를 하는 건 아니므로 그닥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분이라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하기 때문에 20분이라는 시간이 꼭 지켜지지는 않는다.


화상에서 응급처치의 목적 중 하나는 통증조절이다. 통증조절은 물의 온도가 낮을 수록 잘된다. 15도 보다는 10도가, 5도가, 그렇다면 얼음은?

얼음을 잠깐 대는 것은 상관없지만 동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저온은 혈관수축으로 인한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동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몇 년 전에 이런 질문이 생겼다.

질문 하나.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할까? 예를 들면 비행기에서 컵라면을 엎질러 화상을 입는다면, 또는 배에서 커피를 엎질러 화상을 입는다면.


질문 둘. 수돗물의 온도 때문에 통증이 감소되는 거라면 뜨뜻미지근한 한여름의 수돗물도 통증감소에 도움이 될까?


세가지 방식의 냉각요법을 비교


물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는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많은 병원에서 티트리오일(tee tree oil)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다. 논문에서는 폼 타입의 '번쉴드(Burnshield), 스프레이 타입의 번쿨(Burncool)) 그리고 수돗물 이용한 방법을 비교했다. 세가지 방식 모두 화상환자들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었다.


화상을 입고 난 후 생긴 통증에 냉각치료를 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통증 조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온도이다. 번쉴드는 실온에서 보관해서 꺼내면 20도 정도이고 번쿨은 15도 정도이다. 번쉴드는 차갑게 보관하면 효과가 더 좋다. 수돗물은 한여름이 되어 수온이 24도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냉각치료가 상처 치료기간을 줄이는지는 알 수 없다. 여러 논문들을 확인해 본 결과 초기에 냉각요법이 화상 상처의 치료기간을 줄인다는 인간을 대상을 한 연구 결과는 없었다. 어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냉각요법 없이도 진피의 온도가 10분 안에 거의 정상 온도로 돌아왔다. 결국 표피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덧붙여 일반인들이 말하는 '화기'의 실체가 '피부 안에 남아 있는 뜨거움'을 의미하는 거라면 '화기'는 10분 정도면 사라진다.


교과서에서는 과도하거나 지나친 냉각요법은 혈관수축과 저체온증을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흔히 소아들의 경우에 과도한 냉각요법이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겨울에 배나 허벅지에 조그만 화상을 입었는데 찬물로 거의 샤워를 시켜서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통증 조절이 목적이라면 상처부위에만 물을 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정리해보면,

하나. 화상을 입었을 때 적절한 응급처치는 상처 부위에 차가운 물을 20-30분 정도 뿌리는 것이다.

둘. 냉각요법은 제품(번쉴드, 번쿨과 같은)과 찬물 모두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통증 조절에 중요한 것은 온도이므로 한여름에 수돗물을 이용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

셋. 냉각요법이 상처치료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근거는 없다.

넷. 과도한 냉각요법은 해로울 수 있다. 특히 소아에서는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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