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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논리에서 직관과 감성으로

미국의 초절주의 운동에 관하여

by 최용훈

* 아래의 글은 2022년 11월 19일 브런치에 올라온 지담 작가님의 글 '첫사랑이 한 판 붙자는데!'를 읽고 연관된 주제라고 생각된 '초절주의' 운동에 대해 몇 가지 글을 인용하여 간략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초절주의(超絶主義, transcendentalism)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단순히 정의되곤 한다:


“초절주의는 19세기에 미국에서 시작된 철학으로 물질을 기초로 한 과학적 사고 대신에 직관적이고 정신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것이다.”


영어의 ‘transcendentalism’이라는 단어는 ‘~을 타고 넘다’ 혹은 ‘~을 넘어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transcendere’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미국 초절주의 운동의 창시자들은 전통적인 경험주의적 사고를 ‘넘어서서’ 인간의 직관과 타고난 영성(靈性)을 주창한다. 초절주의 사상가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초절주의의 믿음을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 뒤에 놓인 것이나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 안에 놓인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1800년대에 들어서 미국 내의 작가와 사상가들은 초절주의라 알려진 철학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사회를 유지하는 규칙들에 의문을 품고, 자연과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를 탐색하였다. 초절주의 운동은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지역과 그 주변에서 시작된다. 1830년에서 1855년 사이에 지속된 이 운동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전파되었고 위에 언급한 에머슨과 더불어 시인이자 사상가였으며 수상록 ‘월든’(Walden)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여성 작가 ‘마가렛 풀러’(Margaret Fuller), 미국 내에 최초로 영어유치원을 열었던 교육자 엘리자베스 파머 피바디(Elizabethe Palmer Peabody) 등에 의해 주창되었다.


초절주의는 '낭만주의'(Romanticism)이라는 포괄적인 흐름의 일부였다. 1700년대 후반에 시작된 낭만주의 시대는 1600년대 후반과 1700년대 대부분을 규정하는 '이성의 시대'(The Age of Reason)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었다. 낭만주의는 과학, 권위, 질서, 이성에 앞서 자연과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초절주의 역시 이성주의의 가치들에 반발하고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내적 감정과 상상을 따르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였던 것이다.


1840년 에머슨과 풀러는 ‘다이얼’(The Dial)이라는 잡지를 간행하여 초절주의에 관한 당대의 명문들을 소개하였다. 1841년에서 1847년 기간에는 몇몇 초절주의 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브룩 농장’(Brook Farm)이라는 공동체를 결성하여 초절주의 이념에 맞추어 생활하기도 하였다. 초절주의는 이후 여성 인권, 낙태, 교육 개혁과 같은 미국의 진보 운동을 선도하였으며 건축, 환경, 문학 및 기타 예술 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초절주의는 인간의 ‘영성’에 관한 철학이다. 초절주의 사상에 따르면 영성은 이성이나 합리주의가 아니고 내적 성찰(內省)과 직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영성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초절주의자는 아름다운 곳을 산책을 하는 것이 종교 서적을 읽는 것보다 더 큰 영적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초절주의 운동은 이성의 시대뿐 아니라 '유니테어리언 교리(Unitarianism)'*에 대한 반발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둘 모두 지식의 원천을 이성에 두었는데 초절주의는 그러한 개념을 거부하였다. 초절주의의 핵심적인 믿음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유니테어리언파의 교리: 삼위일체설을 배격하고 유일한 신격을 주장하여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며 또한 개인의 신앙의 자유나 종교에 있어 이성의 활용을 용인함.


1.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다.

2. 사회와 사회의 제도, 예를 들어 기성의 종교나 정치 등은 부패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의 일부가 되기보다는 독립적이고 자립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 영성은 기성의 종교가 아니라 자아(自我)에서 온다.

4. 통찰과 경험이 논리보다 더 중요하다.

5. 자연은 아름다우므로 깊이 음미하고 결코 인간에 의해 변형되어서는 안 된다.


초절주의 운동은 많은 믿음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 모두는 개인주의(個人主義), 이상주의(理想主義), 자연의 신성(神性)이라는 세 가지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


(1) 개인주의


초절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 개인의 중요성이다. 초절주의자들은 개인은 순수하지만 사회와 제도들이 그 순수성을 타락시킨다고 믿는다. 그들은 혼자의 힘으로 생각하는 것을 가장 높이 여기며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스스로 생각할 때 최고의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 있을 때만 개인들은 함께 모여 이상적인 공동체들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이상주의


이상주의에 대한 관심은 낭만주의에서 유래한다. 당대의 많은 지식인들처럼 논리나 학습된 지식을 숭배하지 않고 초절주의자들은 상상, 직관, 창의성을 중요시한다. 그들은 이성의 시대를 통제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보다 “이상적”이고 즐거운 삶의 방식을 회복하려 했던 것이다.


(3) 자연의 신성


초절주의자들은 기성의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매우 영적이었다. 종교적 인물들의 신성을 믿는 대신에 그들은 자연을 신성하고 신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종교 지도자들이 신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함을 믿었던 것이다. 초절주의자들은 자연은 이미 존재하는 모습으로 완벽하다고 믿었으며 사람은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개선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 초절주의자 에머슨의 ‘오버 소울’ (Over-Soul, 대령(大靈))


“우리는 연속과 분열, 부분과 입자로서 살아간다.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는 일체( 一切)의 영혼이 있다.” 직관에 의해서만 인식되고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 이 신성한 존재는 모든 도덕적, 지적 성장의 원천인데 “그것은 지고(至高)의 마음에 사로잡힌 개인의 마음이 절대적 존재의 모든 역사(役事)에 관련되고 마침내 특정한 지식과 힘에 도달하는 왕도(王道)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러 뛰어난 철학자들과 스승들에 의해 수용된 진실의 발현들은 개별적인 마음들 속에 “신성한 마음의 유입(流入)” 이 이루어짐으로써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현의 본질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것들은 절대적 법칙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가 천재성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이렇듯 “동일한 전지(全知)의 존재가... 지력(知力) 속으로 유입됨으로써 생겨나는 진정한 통찰일 뿐이다. 이러한 보편적이고 친절하고, 모든 곳에 함께하는 존재는 "우리의 전통적인 신"도 "우리의 수사적(修辭的) 신"도 아니다. 그것은 신비한 열망의 순간에만 우리들에게 찾아와 우리를 변화시키고, 자립시키며 사소한 목적들로부터 정화시키는 신이다. 이렇게 “지고의 법칙”이 주는 암시를 받은 사람은 “더 이상 더럽혀진 삶의 조각들과 파편들을 짜 맞추지 않아도 될 것이며 신성한 통일성 속에 살게 될 것이다.”


* 소로의 ‘월든’ 속 구절


“나는 대부분의 시간 홀로 있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사람이라도 함께 있다 보면 곧 지루해지고 피곤해진다. 나는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고독만큼 친근한 친구를 난 본 적이 없다.”


“당신의 삶이 아무리 비루하더라도 그것을 마주해 살아가라. 그것을 피하거나 나무라지 말라. 당신만큼 나쁘지는 않으니까. 그것은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가장 가난해 보인다. 잘못을 찾는 이들은 낙원 속에서도 잘못을 발견한다. 가난하다 하더라도 당신의 삶을 사랑하라. 아마 누추한 집에서도 즐겁고 설레며 찬란한 시간을 갖게 될 테니까. 가난한 자들의 창가에 비추는 석양빛은 부자의 저택에서 만큼 찬연히 빛난다. 가난한 자의 문 앞에 쌓인 눈도 이른 봄이면 녹는다. 누추한 곳에서도 고요한 마음은 궁전에서 만큼 만족스러운 삶과 즐거운 생각을 누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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