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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17. 2023

셰익스피어 曰, '명예는 생명이요’

명예는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의 대가입니다. 우리는 명예라는 단어를 너무 크게 생각합니다. 명예로운 행위, 명예로운 삶, 명예로운 사람이라는 말들은 모두 어떤 위대한 인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예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생활의 상식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의 명예는 나의 삶이다. 그 둘은 하나로 성장한다. 내게서 명예를 빼앗으면 나의 삶은 끝나고 만다.”


생활 속의 명예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누구나 이름을 갖습니다. 태어나면서 부모님에게서 받은 그 이름으로 우리는 ‘나’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들으면 그에 관한 이미지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나의 이름은 누군가에게 어떤 생각을 만들어낼까요? 어찌 생각하면 이름은 참 두려운 것입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떠올리며 분노한다면, 증오한다면, 경멸한다면, 어찌해야 하나요. 그들의 머릿속,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바꾸어놓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이름이 곧 우리의 명예입니다. 더럽혀진 이름은 명예의 훼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지키려 하지요, 그것이 곧 명예이기 때문입니다.


“명예야, 명예. 난 명예를 잃었어. 나머지는 짐승에게도 있는 것!”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나오는 카시오는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하고 오셀로 장군에 의해 부장(副將)의 자리에서 쫓겨나자 명예의 상실에 대해 자책합니다. 명예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움찔하는 느낌이 듭니다. 명예를 빼면 인간은 그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 명예 때문임을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인간이기를 포기하면서 사는 순간이 많은지요!


살아가면서 나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잠시의 안전을 위해서, 이익을 위해서, 쉽사리 자신의 이름을 던져버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모하고 애처로운 행위인 것이죠. 이름의 다른 표현이 자존심(自尊心)입니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태도, 그것이 자존심입니다. 물론 대의(大義)를 위해 스스로를 굽혀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순간의 굴욕감이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경솔함은 결코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아닙니다. 참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려 먼저 기억해야 할 일은 나의 반응으로 인해 생겨날 내 이름의 훼손 가능성입니다. 찰나에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이므로 우리는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름을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참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종종 개인적 불이익을 전제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속설이 있더군요.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이익은 영원하다.” 참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금언입니다. 하지만 ‘쪽팔림’은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이름과 그에 따른 당신의 이미지에 지워지지 않는 흠집을 남기는 것이죠. 작아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다면 당신의 이름은, 명예는, 온통 커다란 흠집으로 덮이게 될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명성(fame)과 명예(honor)를 구분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명성은 획득해야 하는 것이지만, 명예는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명성을 잃는 것은 이름을 잃는 소극적인 것이지만, 명예를 잃는 것은 치욕이며 적극적인 것이다. 명예를 잃음은 곧 생명을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명성(fame)과 명예(honor)를 구분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명성은 획득해야 하는 것이지만, 명예는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명성을 잃는 것은 이름을 잃는 소극적인 것이지만, 명예를 잃는 것은 치욕이며 적극적인 것이다. 명예를 잃음은 곧 생명을 잃는 것이다. 명예를 잃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펜하우어는 ‘이름’을 ‘나’의 정체성으로 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실체로 본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그 역시 명예를 ‘잃지 말아야 할 것’, ‘명예를 잃음은 생명을 잃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리는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요? 홀로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참으로 허무하고 무의미한 삶의 모습일 뿐입니다. 우리는 홀로 서있는 섬 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사랑하고 미워하며, 서로 기대고 비비며 사는 것입니다. 남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나만 즐겁고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은 찰나의 이익을 위해 영원의 수치를 감수하겠다는 말인 것이죠.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명예는 결코 누군가의 생각에 맞춘 나의 모습은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 자리한 자신에 대한 ‘자존’이며 ‘자긍(自矜)’인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나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것이죠. 제 이름이 부끄러워 밤 새 우는 ‘벌레’의 삶을 살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누가 내 명예를 빼앗아 간다면 그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참으로 초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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