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에게

by 최용훈

노파심에서 이 편지를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그간 TV를 통해 보아 온 한 대표의 모습 속에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몇 자 적으려 하오. 주제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대를 향한 고언이라 생각하고 받아주기 바라오.


사람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소. 나에게 잘하는 사람과 못 되게 구는 사람으로만 나뉘는 것도 아니겠지요. 좋은 사람도 나쁜 짓을 벌일 수 있고 나쁜 사람도 간혹은 좋은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겠소? 물론 평생 악하게 사는 사람도 드물게는 있을 것이오. 그런 사람을 악인이라 부르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양면성을 지니는 것이 사실일 게요. 그러니 쉽게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요. 너무 무 자르듯 좋고 싫음을 따지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요. 남을 가볍게 판단하는 것은 소인배의 짓이지. 우리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 뿐일 겁니다. 간혹 나 자신도 알 수 없을 때가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제 속에 담은 욕심과 미움과 갈등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


너무 원칙만을 내세우는 것도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오. 누가 정한 무슨 원칙이 절대적일 수 있겠소. 그것도 사람이 만든 것일진대 허점은 있을 법하지 않소? 표정과 말투도 너무 단호하면 오만으로 비치기 쉬워요. 그러니 온화하게 미소 짓는 것도 너무 주저할 필요가 없어요. 나이 오십이면 지천명이라는데 너무 단단하면 부러지는 법임은 이미 깨닫고 있을 테니 말이오. 물론 모두가 동의하는 원칙이라면 지켜야 하겠지. 하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이 절대적 진실일 수 없음도 사실이지요. 그러니 온화한 마음으로 대화하세요. 성의를 다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견해와 다르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세요. 그것이 리더의 품성이지요. 아름다운 타협도 그런 마음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소?


적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적과 친구를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함이요. 자신을 둘러싼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한 무수한 사례를 보게 되지요. 그들을 비집고 그 밖에서 애를 태우며 한 대표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찾아내야 하는 거요. 그들이 진정한 친구들일 수도 있으니까. 비난에 대해서도 대범하게 대할 필요가 있소. 귀를 가진 사람들은 최소한 중상모략과 정직한 비난은 구분할 수 있을 터이니 너무 마음 졸일 필요는 없소. 꿋꿋하게, 낮은 자세로 옳은 일을 적기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력하길 바라오.


정치는 사람을 위한 것 아니겠소? 온 백성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팽팽하게 갈라져 있지만 그들 모두가 이 나라 국민임을 잘 아시리라 생각하오. 보수니 진보니 중도니 하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오? 그것이 무엇이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뭐 그리 다르다고 함부로 국민들을 편 갈라 나누어야 되겠소? 한 대표는 잘 알고 있을 것이요. 마음에 한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너무도 많다는 것을. 편을 나누지 말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진정한 정치라 할 수 있겠지요.


사람 사는 일이 모두 정치일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들의 정치는 여의도에 있지 않소. 대표가 되었으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당이고, 국회고, 대통령이고, 유권자이겠지. 하지만 좀 더 멀리 크게 보아야 합니다. 대통령을 하는 것이 가문이나 개인의 영광이기는 하겠지만 결국 긴 삶의 한 순간일 뿐이오. 그리고 누구나 가슴에 후회와 아쉬움을 담고 살지. 한 대표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시끄러운 삶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오. 그러니 요즘의 하루하루가 몹시 힘들고 간혹 외롭기도 하겠지.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음악과 더불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것이 한 대표에게 꼭 필요할 것 같소. 마음속에 미움과 정치적인 계산을 버려야 옳은 길이 보일 것이에요. 그리고 삶 속의 정치가 여의도의 정치와 무엇이 다른 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테니까.


긴 더위가 이제 힘을 잃는 것 같소.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좀 더 여유롭고, 관대하고, 현명한 한 대표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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