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는 것
함진원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가슴 서늘한 미루나무,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초승달,
엄마 잃은 괭이갈매기, 또 있다
정림사지 오 층 석탑, 눈 맞고 서 있다
견디고 있는 것들 많다
물은 물대로
땅은 땅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강은 강대로
내일 기다리는 희망이 문 열고 있다
To Endure
Ham, Jin-won
There are many things that endure.
So does a mountain,
So does the sea,
And so does a man.
There are many things that endure.
A heart-cooling poplar,
The tearful crescent moon,
A black-tailed gull that has lost its mother. One more.
The five-story pagoda at the site of Jeong-rim Temple. It stands in snow.
There are many things that endure.
So does water,
So does the earth
So does the sky
And so does a river.
Hope waiting for tomorrow is opening its door.
삶은 견디는 것이다. 힘들어도 버티는 것이다. 원해서 얻은 생명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동안 지켜야 할 숙명 같은 인생이다. 장중하게 솟은 산도, 유유한 바다도, 우리네 짧은 삶도 제 자리를 지켜 견뎌내는 것이다, 나무도 달도 홀로 나는 새도 유구한 세월의 흔적마저도 미동 없이 버텨낸다. 바람과 비와 눈, 그리고 외로움까지도 참아낸다. 흐르는 물과 새싹 틔우는 대지도 노을 지는 하늘과 모든 것의 그림자 품은 강물도 수많은 날과 달을 그렇게 견뎌온 것이다. 힘들고 아프다한들 어떠한가. 그립고 쓸쓸한들 어찌할 것인가. 버티다 보면 언젠가 한 줄기 구름이 스치듯 따뜻한 손길이 어루만져주겠지. 그것이 생명의 종말일지라도 버텨내는 순간순간이 운명이고 희망이고 기쁨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