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사랑 :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앵글로-노르만 문학은 1066년 노르만족의 브리튼 정복(Norman Conquest)으로부터 시작된다. ‘북쪽에서 온 사람'(North man)이란 의미를 지닌 노르만족은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크고, 용맹한 금발의 종족이었다. 그들은 바이킹이라는 배를 타고 유럽의 서해안을 약탈하던 해적들이었다. 원래 바이킹이란 말은 그들의 고국 땅인 스칸디나비아에서 덴마크에 걸쳐 있는 ‘좁은 강’(vik)에서 유래한 말로 ‘좁은 강에서 온 자’란 뜻이다. 이들은 이후 프랑스를 침공해 점령하였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해온 까닭에 거칠고 잔인한 기질이었지만 그들은 프랑스의 우월한 문명을 파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저급한 문명을 포기한다. 이후 원주민들이었던 프랑크족들과 혈연관계를 맺으며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한 세기도 지나기 전에 그들은 야만적인 바이킹에서 유럽에서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민족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문화와 문명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침내 그들은 1066년 헤이스팅스(Hastings) 전투에서 색슨족의 마지막 왕 헤럴드를 격파하고 영국을 점령한다. 그들의 지도자였던 노르망디의 윌리엄 공이 영국의 주인이 된 이후 300여 년 영국은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들게 된다.
노르만 정복자들은 로마의 문화와 문명을 본격적으로 영국에 전한다. 그리고 프랑스어는 영국의 귀족과 궁전, 문학의 언어가 된다. 앵글로-색슨의 문학은 기껏해야 종교적인 내용에 한정되었다. 노르만족이 영국에 들여온 문학이 바로 로망스(romance)다.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배경 속에서 기사들의 모험과 사랑, 그들의 충성, 용맹 그리고 절개를 그려내고 있다. 상상과 현실이 교차되고 산문과 운문이 혼용되는 로망스는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서(King Arthur)와 그의 원탁의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영국의 로망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인데 아서 왕의 조카이기도 한 가웨인의 기사로서의 덕목과 그의 내적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목 자르기 경기’(beheading contest)와 같은 신비적 요소를 드러내기도 한다.
중세의 기사들은 흔히 궁전의 여인들, 귀족의 부인들과 애절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궁전의 귀족들은 그것을 용인한다. 그 사랑의 열정을 전쟁에서의 용맹과 충성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책략의 일환이었다. 순수한 젊은 기사와 아름다운 백작부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종종 로망스의 주제가 된다.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서왕의 부인 기니비어와 왕의 충성스러운 기사 랜슬럿 경의 비극적인 사랑이었다. 결국 왕에 대한 충성보다 사랑을 택한 그로 인해 카멜롯 성의 원탁의 기사는 몰락하고 만다. 성배를 찾아 헤매는 갈라하드 경,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등, 아서왕의 전설은 중세의 문학에 새로운 상상과 환상을 제공하였다.
로망스와 함께 이 시기 유행하던 문학의 형태가 ‘발라드’(ballads)였다. 12세기경 주로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발라드는 구전되는 4 행시였다. 억압받는 하층민의 억눌린 감정을 묘사하는 민요로, 가정의 비극, 전쟁, 예수의 전설 등을 담고 있다. 현존하는 발라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패트릭 스펜스 경’(Sir Patrick Spens)이다.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선원 스펜스가 왕의 명령으로 혹한의 겨울에 노르웨이로 항해를 하게 되고 결국은 격랑에 휩쓸려 죽게 된다는 이야기로 담담하면서도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감정적인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100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노르웨이에 있는 그의 딸을 데려오도록 스펜스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던펌린의 궁전에서 왕은
핏빛 와인을 마시며 말한다;
“나의 배를 띄울
뛰어난 선장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
그러자 한 늙은 기사가 일어서
왕의 오른쪽 무릎 앞에 앉으며 말한다:
“패트릭 스펜스 경이야 말로
이제껏 바다를 항해한 최고의 선원입니다. “
왕은 칙서를 써
스스로 봉인하고,
해변을 거니는
패트릭 스펜스 경에게 보냈다.
“노르웨이로, 노르웨이로
거친 파도를 넘어 노르웨이로;
노르웨이에 있는 공주를
고향으로 모시도록 하라. “
첫 줄을 읽고 패트릭 경은
큰 소리로 웃는다;
다음 줄을 읽고 패트릭 경은
눈물로 눈이 흐려졌다.
“오,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왕의 명령으로
이런 시기에 우리를 내보내어
바다를 항해하게 한단 말인가?
“바람이 불던, 물에 빠지던, 우박이 쏟아지고 진눈깨비 내려도
우리의 배는 파도를 넘어 항해해야 한다;
노르웨이에 계신 공주님을
고향으로 모셔야 한다. “ (3)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왕의 명령을 수행하는 용감한 기사, 그리고 그의 도착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구도는 기사도라는 이 시기의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눈물을 뿌리지만 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기사, 그리고 그에 의해 구출될 공주의 이야기는 영웅시적 분위기와 더불어 충성과 용기라는 보편적 미덕에 대한 중세의 문학적 표현이라 할 것이다.
English Texts:
From Sir Patrick Spens
The King sits in Dunfermline town,
Drinking the blood-red wine;
"O where shall I get a skeely skipper
To sail this ship or mine?"
Then up and spake an eldern knight,
Sat at the King's right knee:
"Sir Patrick Spens is the best sailor
That ever sailed the sea."
The King has written a broad letter,
And sealed it with his hand,
And sent it to Sir Patrick Spens,
Was walking on the strand.
"To Noroway, to Noroway,
To Noroway o'er the foam;
The King's daughter of Noroway,
'Tis thou must fetch her home."
The first line that Sir Patrick read,
A loud laugh laughed he;
The next line that Sir Patrick read,
The tear blinded his eye.
"O who is this has done this deed,
Has told the King of me,
To send us out at this time of the year,
To sail upon the sea?
"Be it wind, be it wet, be it hail, be it sleet,
Our ship must sail the foam;
The king's daughter of Noroway,
'Tis we must fetch her home."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