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어쩌다 육아일기
아이와 싸우고 나면 속상해!
by Lenny Lee Jan 27. 2020
하원 시간에 맞춰서 집을 나오니 아침보다 바람이 불고 체감온도가 더 내려간 것 같다. 아무래도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야겠다.
유치원에서 나오자마자 길 건너 도넛 집으로 내 손을 이끈다.
그래, 날씨도 춥고 하니 따뜻한 음료라도 한잔 마시는 것도 괜찮지!
녀석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듬뿍 발라 놓은 도넛을 고르고, 녀석의 기호와 관계없이 내 판단으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시켜 테이블에 앉았다.
포크도 필요 없단다. 손으로 집어 바쁘게 몇 입을 베어 먹고 있는데,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아이 둘이 제 엄마 들 손을 잡고 들어왔다.
먹다 말고 반가이 친구가 있는 테이블로 쫓아간다.
"할아버지 친구들과 놀게요"
가만히 들어보니, 친구들의 엄마가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 준다.
조금 있다가 보니, 우리 아이의 손에 과자 봉투가 쥐어졌고 이를 들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지나 뒤를 돌아보니, 친구들은 제 엄마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고 엄마들끼리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 아이가 멀뚱하게 서 있었다.
아이를 조용히 부르니 내 쪽으로 다가와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요"
인상을 쓴 얼굴로 이 말을 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간헐적으로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 빨리 가자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지만 별무효과였다.
먹다 남은 도넛과 식어버린 우유 잔을 앞에 높고 무료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친구의 엄마가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음에 또 보자"
하는 소리에 이제 가려나 보다 하고 뒤돌아 보니
아까의 모습 그대로, 엄마들의 대화 속에 우리 아이가 서있고 우리 아이의 친구들은 우리 아이에 관심이 없이 다소곳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불렀다.
아까보다는 조금 힘을 주어 위엄 있게 불렀다.
요 녀석이 미동도 없다.
아니 되겠다 싶어, 친구들의 엄마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약간의 목례를 하고 우리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친구의 엄마가 우리 아이 이름을 부르며
"잘 가!"
한다.
그럼에도 녀석은 내 손을 잡고 거기에 있겠다고 떼를 쓴다.
거기에 더 있는 것도 젊은 엄마들한테 결례가 되는 것 같고,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는 끊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안돼!"
단호하게 말하고 손을 잡아끌고 테이블로 와서 가방과 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나의 무력 앞에 닭똥 같은 눈물과 서러움으로 가득한 고성의 울음으로 저항을 대신하였다.
복도에서 할배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잔소리와 함께 얼굴의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아이의 마스크와 외투를 입히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손을 잡고 둘이 말없이 걸었다.
속상한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에 녀석에게 두 팔을 벌리니 가슴에 안긴다.
그렇게 집까지 안고 왔다.
추워서 택시를 타려던 생각은 온데간데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