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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14. 2020

이기적인 동물

아버지와 반대로 살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고 아버지는 마취상태에서 병실로 올라왔다. 머리에는 큰 수술 자국이 있었다. 얼마나 크게 두개골을 열었는지 100미터 떨어진 사람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던지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 짧은 시간에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우선 수술이 잘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시 아버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모든 증오와 불신에 대한 감정도 바로 사랑이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와 동생을 병원으로 오게 하였다. 몇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는 눈을 떴고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왼쪽의 마비 증상은 완벽히 사라졌고 기억력도 돌아왔다. 마법과도 같았다. 솔직히 암 진단을 받고 바로 지금까지 나는 의사들에 대한 수많은 감정이 생겨났다.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아주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그 모습과 친절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불편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드라마와 같은 그런 닥터는 존재하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사했다. 너무도 고마웠다. 그리고 그 분신은 믿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혹시 암도 완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잠시 후에 가족들이 병원에 찾아왔다. 다들 그래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낙천적인 모습은 다시 돌아왔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새벽에 혼자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 사라져 버렸다. 물론 나도 병간호로부터 해방감 된 느낌이었다. 사람은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버지가 마비 증상이 오고 병간호하는 동안 지금까지 평생 가슴에 남을 불효자의 행동을 아버지에 몇 번 했던 거 같다.


  그 죄책감은 그 당시에 느낄 수도 없었다. 그냥 내가 힘들었다. 그리고 계속 생각이 들었다. 잘해준 것도 없는 아버지고 고생만 시켰고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내 미래 조차 어둡게 만든 그 사람인데 단지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반신 마비가 온 상태에서도 실업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분증을 찾기 위해 병원 외출까지 해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신분증 한 시간을 넘게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포기하라고 나중에 찾아보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래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아버지를 질질 끌고 계단을 내려와 차에 억지로 태웠다. 그리고 병원으로 가면서 조용히 백미러로 아버지를 보았다.

 소리 없이 울고 계셨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도 너무 화가 나서 왜 우냐고 다그쳤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너는 내가 그렇게 밉냐.”


이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너무도 불효자식이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꿈에서도 뵙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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