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나는 사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 속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아하지만, 우연히 주는 찰나의 순간을 감상하는 게 좋은 것도 있다. 누군가의 한 때를 찍은 사진, 아름다운 풍경, 지나는 계절 모든 것들이 사진 한 장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추억이 되고, 이 사진을 찍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하면 어느새 다시 그 장면에 들어가 있는 착각도 즐기기도 한다. 여행을 가면 우린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는가? 사진만 남는다고...
이웃 블로거님의 하루의 기록을 담은 사진을 보았다. 우연이 앵글로 들어온 불청객이 이상하게 좋은 그런 사진이었다. 나는 그 사진 속에 글감을 얻었고, 또 누군가는 흘러가는 계절을 보았을 수도 있다. 청량한 하늘의 궂음 없는 멋진 사진을 보며 감탄했을 수도 있겠다.
지난주 토요일 나를 위한 글쓰기라는 작은 모임에 참여했다. 가장 행복했던 사진 3장을 달라고 하셨다. 나는 IMF 시절 가장 힘든 시기에 찍은 두 아이와 찍은 사진과 벌써 30년이 넘은 친구들과 15년 전에 찍은 사진을 내었다. 찰나를 담은 사진 한 컷에 그날의 기억이 마치 방금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제 뒤집기를 정도 할 수 있는 둘째와 한참 이쁠 나이 첫째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나를 설득해 진짜 오랜만에 한컷에 담긴 세 친구의 도란도란한 대화가 생각나 살짝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사진이라는 건 참,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진 찍자 하고 찍은 사진보다 우연히 담은 사진 한 장이 오히려 더 감동적이고, 멋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괜히 누군가의 사진 한 장으로 나의 추억도 잠시 들춰보는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