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고 어렵다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진다는 말의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나는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나름 자수성가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다.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특별나게 힘든 적은 없었던 그런 환경.
부모님은 고군분투해왔다. 아주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부터 여러 차례 이사를 거치며 말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좋은 옷을 사주거나, 유행하는 물건을 사주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아들이 학창 시절에 거치게 되는 최소한의 것들은 모두 다 할 수 있게끔 해주셨다.
성장기 동안 나는 그런 부모님의 노고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새 그 노고를 보고 배움을 얻지 않고, 되려 그에 의지하는 것을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의지에서 오는 안정감은 마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해도 되고, 그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게끔 했다.
그러나 희미하게 남아있던 그 의지가 준 좀스러운 안정감은 나의 책임감에 결함을 냈다. 심지어 부모님은 나를 책임져준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스스로 변환점을 맞이하려는 지금에서야, 인제야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하려는 이 순간, 과거의 내가 가진 책임감이 얼마나 결함이 많고, 책임이라는 그 단어의 진정한 무게를 느끼게 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과 결과를 이 나의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이제서야 느껴진다. 그래서 솔직히 두렵다. 무섭고 다시 의지하고 싶다. 어떻게든 편안한 길을 찾아서 자기 합리화와 정신승리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먼 구석에 박아두고 싶다.
그래도 해보려고 한다. 다시는 나의 현실과 미래를 그저 ‘잘되겠지’와 같은 달콤한 말과 함께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나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치열하게 계산하고, 그를 위해 고통을 수반하는 것까지.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부모님의 노고를 조금 더 이해하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