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영혼을 잃지 않고 공학 연구 하기 - 1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화실과 미술학원에서 평범하게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미대에 입학해 4년 동안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1년 반 가량 스타트업에서 웹/앱 비주얼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동 대학 컴퓨터공학부 대학원에 입학해, 현재 박사과정 5년 차의 HCI 리서쳐로 로서 현재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예술과 공학의 경계 위에서, 필자는 디자이너의 영혼을 잃지 않은 채 디자인 작업을 하고, 공학 연구를 수행하고, 공학 논문을 쓰고, 두 분야의 시너지를 내면서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분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학부 시절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것들이 공대에 와서는 곧 필자 자신의 정체성에 치명적으로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사유할 수밖에 없도록 '내던져'졌다.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는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디자인'을 한다고 하는 것이 전통적인 디자인 전공자들의 눈에는 불안할 수 있다.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 미술대학의 렌즈로만 디자인을 바라보았던 필자가 처음 공학의 렌즈로 디자인을 바라보아야만 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미대생의 오만을 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필자가 쓰려는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단지 한 디자이너가 공대 대학원을 다니며 겪은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최근 기업들이 디자인 중심 경영 체제로 바뀌고 있고 디자인 관련 포지션이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 비전공자가 디자이너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코딩 열풍으로 인해 디자이너들이 프로그래밍을 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필자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