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싶어서 못써

by 글은늘




‘글 써야 하는데..’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책상에 앉기보다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폰만 보는 요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새 글도 안 올리고 뭐하냐길래 정말 솔직한 마음이 튀어나왔다.


“너무 잘 쓰고 싶어서 못써.”


내가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지인들로부터 글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 겸손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라이킷도 눌러 주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 짜릿한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요새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쓰려해도 써지지가 않는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더더 잘 쓰고 싶은데 오히려 뻣뻣해져 버렸다. 좋아하니깐 욕심이 나고 욕심이 나니까 더 잘하고 싶은 이 마음은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뭐라도 쓰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 이런 생각을 잡아채 두 손안에 고이 모셔두고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다.



‘잘’ 쓴 글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잘 쓴 글은 마음을 습자지에 대고 그린 것처럼 마음을 그냥 그대로 옮겨놓는 글이다. ‘힘을 빼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힘을 빼지 못했는데 ‘그냥 옮겨야지’라고 생각하니 맘이 놓였다.



내 마음과 깻잎 한 장 차이도 안나는 글을 만나면 계속 눈으로 되짚어보며 마음에 남긴다. 그런 글들은 멋을 내지 않아도 여운을 주며 자연스럽다. 자기 전 세수하려고 무심코 묶은 똥머리가 맘에 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글을 쓰고 싶다. 똥머리는 신경 써서 매만질수록 이상하게 상투를 튼 것 같고 좀처럼 맘에 들지 않는다. 요즘은 꾸안꾸가 대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티가 안 나게 꾸미는 게 사실 더 어렵지만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날 다듬어 왔고 그래서 내가 가진 생각을 더 보여주고 나누고 싶다.



생각을 하얀 종이 위에 올리면 작품이 된다. 어떤 글도 써지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느껴지게 하는 것이 글의 매력이다. 그 매력을 아는 사람은 글을 놓지 못한다. 나 또한 쉼은 있겠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첫사랑에 다시 가슴이 떨리는 것처럼 새록새록 좋은 기분이 든다. 좋은 기분으로 쓰면 좋은 글이 되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담으면 잘 쓴 글이 될 거다. 진심은 통하고 전해지기 마련이니 부담은 내려놓고 즐겁게 써야겠다.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 찾았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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